본문 바로가기

고유정, 의붓아들에 "우리애기"…사망후엔 "우리애기 아니니까"

중앙일보 2019.12.02 17:36

고유정, A군 숨진 날 삼촌 전화번호 삭제

고유정과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고 검찰에 고소한 현남편.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고 검찰에 고소한 현남편.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자신의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아이를 유산한 후 현남편에 대한 적대심이 커져 의붓아들 A군(5)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남편 살해사건에 이어 해당 사건을 추가로 기소했다.

현남편, 2일 고유정 8차공판서 진술
“의붓아들에 이어 전남편 살해한것”
고유정 측, “A군 살해는 상상력 기소”
법원, 전남편·A군 ‘연쇄살인’ 병합

 
고유정 측 변호인은 2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8차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전혀 상반된 진술을 했다. 그는 “의붓아들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고유정)이 밝힐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라며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오전 4∼6시께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자던 A군의 몸을 강하게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이어 지난 5월 25일에는 제주의 한 펜션에서 친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손괴하고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고유정은) 자신의 자녀와 똑같은 나이의 피해자(A군)가 엄마의 돌봄 없이 자란 모습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갖고 친모처럼 잘 키워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당일 잠에서 깨어난 직후 A군이 의식이 없는 것을 알고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어 피해자 회생을 돕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고유정의 모습. [중앙포토]

경찰에 체포될 당시 고유정의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 “검찰 기소, 상상력의 결정체”

아울러 고유정 측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은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고유정의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범행 동기나 관계 등을 간략히 기재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내용을 나열해 재판부에 예단을 생기게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런 고유정 측 주장은 검찰이나 이날 재판에 출석한 고유정의 현남편(37) 진술과 전혀 달랐다. 검찰은 이날 A군이 사망한 당일인 지난 3월 2일 새벽 고유정이 A군의 외삼촌(현남편 전처의 동생) 전화번호를 삭제한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이 제시한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날 오전 4시48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군 외삼촌과 사망한 친모의 지인 전화번호들을 차례로 삭제했다. 해당 시간대는 고유정이 A군이 살해한 것으로 검찰이 추정하는 때이다. 이에 방청석에서는 '하아, 저런' 등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검찰은 A군이 사망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A군의 외삼촌이나 친모 지인 등의 연락처를 지운 것 자체가 현남편이나 A군 가족에 대한 적개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숨진 의붓아들에 깊은 동정심” 

현남편 역시 “피고인(고유정)이 A군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인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각별히 돌봐줄 시간적 여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유정 측이 “숨진 A군을 친모처럼 잘 키워주려 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현남편은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전후의 상황을 설명하며 고유정 측의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그는 “(고유정이) 항상 대화할 때 (A군을) ‘우리애기’, ‘우리애기’라며 좋은 모습만 보여왔는데, 사망한 다음날 ‘우리애기 아니니까…’고 했을 때 (그동안 했던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3월 8일 (A군의) 장례식이 끝나고 청주로 돌아왔을 때 (혈흔이 남은) 이불이나 베개, 매트가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며 “저에게는 우리 아이 생전의 마지막 흔적이었는데 제 동의 없이 버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현남편에 따르면 고유정은 당시 제주도에서 열린 A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A군 사망 후 이불·매트 등 버린 이유? 

숨진 A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유정과 현남편은 각각 전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그동안 고유정 부부는 청주에서 거주해왔으나 자녀들은 각각 제주도의 친정과 친가에서 조부모 등이 돌봐왔다.
 
한편, 이날 재판은 전남편 살해사건과 A군 살해사건이 병합돼 진행된 첫 공판으로 진행됐다. 앞서 법원은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병합심리를 요청하고 있다”며 두 재판의 병합 심리를 결정했다. 법원은 이달과 다음 달인 내년 1월 3차례씩 공판을 진행함으로써 늦어도 내년 2월 중으로는 결심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청주=최경호·최충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