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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유망 신사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 2019.12.02 15: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7)

“⋯그래서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우리도 신규 사업을 런칭하려 합니다. 우리 A사는 미래의 식량인 스마트헬스케어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4차 산업을 리딩하는⋯.”
 
평소 4차산업 관련 신규 사업에 관심이 많은 사장의 신사업 계획은 A사 직원들에게 낯설지 않다. A사는 기존 거래처와의 오랜 신뢰 관계, 다양한 품목, 가격 경쟁력을 장점으로 나름 업계에서 지난 20년간 건실하게 성장한 오프라인 유통회사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변화하면서, 회사의 성장과 미래 사업에 대한 고민과 이슈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A사는 최근 신규 사업 런칭을 위해 TF 팀을 만들고 IT 관련 분야 경력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TF팀이 생긴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신사업이 성공할 거라는 믿음보다는 의심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 pxhere]

A사는 최근 신규 사업 런칭을 위해 TF 팀을 만들고 IT 관련 분야 경력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TF팀이 생긴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신사업이 성공할 거라는 믿음보다는 의심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 pxhere]

 
A사 사장은 신규 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전문 온라인 플랫폼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A사의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는 필수적일 순 있으나 ‘미래 식품’이나 ‘온라인 플랫폼’은 직원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이기에 사장의 신사업 내용은 마치 다른 회사의 얘기처럼 들렸다.
 
신규 사업의 본격적 런칭을 위해, 사장은 TF팀을 만들었다. 온라인 플랫폼 개발을 위해 기존 직원들의 연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IT 관련 분야의 경력자들을 새로 채용했다. 사장은 새로운 경력직원들의 업무 진행 상황을 본인이 신뢰하는 기존 부서장들에게 검증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신규 사업 분야에 대한 본인과 기존 직원들의 경험이 부족하기에,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을 받기도 했다.
 
TF팀이 생긴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사장의 고민은 깊어졌다. 지난 20년을 통틀어 이렇게 많은 인건비를 지출해본 적도 없었고, 사업 확장을 위해 제대로 런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과물도 빨리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신사업이 성공할 거라는 믿음보다는 의심이 커졌다. 그래서 사장은 본인의 과거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총동원하여 신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팀장님, 어제도 하루 종일 보고자료 만드시던데요…사장님께 보고는 잘 마치셨어요?”
 
고대리는 입사 후 신사업 계획을 듣고 여러 의문이 생겼다. 이미 식품 전문 온라인 회사가 넘쳐 나는데, A사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획은 딱히 차별점이 없어 보였다. [사진 pxhere]

고대리는 입사 후 신사업 계획을 듣고 여러 의문이 생겼다. 이미 식품 전문 온라인 회사가 넘쳐 나는데, A사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획은 딱히 차별점이 없어 보였다. [사진 pxhere]

 
최근 TF팀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고대리는, 보고자료 작성과 미팅참석으로 근무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팀장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고대리는 입사 후 신사업 계획을 듣고 여러 의문이 생겼다. 이미 식품 전문 온라인 회사가 넘쳐 나는데, 회사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획은 딱히 차별점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미래 식품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신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좀 더 시간을 두고 회사의 다른 강점이나 투자계획 등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한편, TF팀 팀장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이미 정해진 신사업 내용이나 과도한 업무량보다는, 업무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무는 새로 만들어진 TF팀에서 진행하고, 의사결정은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사장과 임원이 하다 보니 결론 없는 잦은 미팅이 반복됐다. 또 신사업에 열정 충만한 사장은 수시로 브리핑을 요구했다. 사장의 과거 경험을 근거로 새로운 주문이 쏟아지면 기획을 수정해 재브리핑하는 것을 반복하니,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예전 회사에서는 3일 동안 서비스 기획하고, 개발부터 시장검증까지 3개월이면 끝났는데 여기서는 일을 사골곰탕 끓이듯이 하네. 4차산업 리딩은 커녕, 사업을 런칭할 때쯤이면 이미 4차산업이 끝나 있겠네…."
 
TF팀 초기 팀원으로 입사한 신대리는 A사의 신사업 진행 과정을 경험하면서 냉소적으로 변했다. 비단 신대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TF팀 직원들은 20년 전에나 했을 법한 업무 프로세스, 보고를 위한 보고, 해당 분야에 전무한 지식과 경험이 신사업 추진을 늘어지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A사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당면한 신사업 진행으로 분주해 보이지만, A사의 TF팀 직원들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근무 시간 내에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A사의 신사업은 성공적으로 런칭할 수 있을까?
 
회사가 사업 다각화를 검토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회사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하락할 때, 혹은 중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미래사회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을 때 등이다. 특히 A사의 경우와 같이 온라인 환경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오프라인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하고 있다.
 
흔히 회사가 신규 사업을 고려할 땐 ‘요즘 잘 나가는 사업’ ‘핫하거나 급부상하는 아이템’ ‘현재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사업’ ‘4차 산업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나 서비스’ 등을 먼저 검토한다.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와 환경을 인지하며 신규 사업을 구상한다는 얘기다.
 
사업 다각화 또는 신사업 런칭을 실패로 모는 몇 가지 내부 요인이 있다. 그중 하나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다. [사진 pixabay]

사업 다각화 또는 신사업 런칭을 실패로 모는 몇 가지 내부 요인이 있다. 그중 하나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다. [사진 pixabay]

 
주목할 점은 신사업 구상은 트렌드나 사회변화 같은 외부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업 성공을 위해 회사의 내부 요인을 철저히 검토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 사업 다각화 또는 신사업 런칭을 실패로 모는 몇 가지 내부 요인이 있다.
 
첫째, 회사의 현재 모습을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다. 즉,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가 있는지, 신규 사업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지 등 회사의 역량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때 사업 다각화나 신사업을 추진하면 리스크가 크다. 특히 ‘회사가 가진 경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 분야에서 경영자나 의사 결정권자가 사업의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파악하는 것은 신사업 성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다. 오래 일을 할수록 자신이 해 왔던 업무방식이나 관점을 바꾸기 어렵다. 업무 경험이 풍부하게 쌓인 임원진이나 사장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기존 업무를 진행해왔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사업을 위한 TF팀을 꾸릴 때 기존 직원들의 업무에 신사업 추진을 얹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기존 직원들은 당연히 본인의 원래 일을 우선순위로 두거나 본인이 일했던 방식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 회사 내부적으로 신규 사업이 절실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다. 현 사업이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 런칭이 현재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다. 이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이나 소비자의 트렌드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경영자와 직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내부 역량을 점검한 후 파일럿 단계부터 실행해야 한다. 신규 사업을 파일럿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확장하는 이유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회사의 역량을 고려해야 하며, 시장의 반응을 체크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사장의 신규사업 의지가 강하지만 회사 내부 역량 개선이 어려울 경우, 인수나 투자를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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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녕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필진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전직 경영인. 남의 회사를 내 회사처럼 소중히 여기며 치열하게 일했더니, 남의 회사 경영까지 하게 됐다. 외국계 기업 21년, 국내기업 8년, 다수의 스타트업 자문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영 비법을, 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모든 사장님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왜? 내 회사는 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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