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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아빠 "아이 이름 모욕당해 오열···나경원 사과 없었다"

중앙일보 2019.12.02 11:17
스쿨존에서 과속차량 사고로 숨진 민식 어린이의 부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쿨존에서 과속차량 사고로 숨진 민식 어린이의 부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9)군의 아버지 김태양(34)씨는 2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관련 법안이 정치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다.

 

민식이 아빠 “나경원 사과 없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 기자회견에서 고 김태호군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 기자회견에서 고 김태호군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지난달 29일 본회의가 무산됐을 때 자세한 이유를 몰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듣고자 갔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의 이름으로 된 법안을 카드로 내세웠다”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정치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본회의가 안 열려서 오열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이름에 대한 모욕적인 부분에 대해 다들 화가 나 오열을 한 것”이라며 “이후 나 원내대표의 면담도 거부했다. 아이들 이름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는 자체가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 할 때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었는데 아직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저희는 더불어민주당도 아니고 자유한국당도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회의가 무산된 책임에 대해서는 두당 다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건데 그 안에서 아이들의 생명 안전 법안을 이렇게까지 이용했어야 하나라는 부분에서 제일 속상하다”고 말했다. 
 

댓글 공격받는 SNS 

가족들은 이번 일로 정치적 공격을 받게 됐다. 민식군 어머니 박초희씨는 지난달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 원내대표를 지목하며 “말 바꾸지 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는데, “왜 민주당 편에서 한국당을 욕하느냐” 등과 같은 ‘댓글 공격’ 등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은 비공개 상태다.
 
김씨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저희가 지금 그런 상황 이후 아이 엄마 인스타그램에도 공격이 막 들어오고 심리적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며 “저희는 분명히 정치인도 아니고 어느 당에 소속도 안 돼 있다. 이게 자칫하다가는 양당 싸움에 휘말릴 수 있는 어려운 부분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의 처리 지연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 상정 안건 199건에 대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법안 처리가 ‘올스톱’되자 민식이법 처리 지연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김씨 등은 당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결정으로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민식이법 등 어린이 안전 관련법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며 “선거법과 아이들의 법안을 바꾸는 것, 그게 과연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회의를 개의해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 필리버스터의 기회를 달라”며 “다만 국회의장이 선거법을 직권상정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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