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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얼굴인식 시장 장악한 中…유엔 기술표준까지 선점한다

중앙일보 2019.12.02 10:49
지난달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매장에 CCTV와 함께 중국 국기가 걸려있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달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매장에 CCTV와 함께 중국 국기가 걸려있는 모습.[AP=연합뉴스]

중국이 얼굴인식과 감시 카메라 기술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가운데, 곧 확정될 유엔 기술 표준에서 중국 기업의 것이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ITU는 이통통신산업에서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기구로 회원국은 약 200개국이다.

중국 IT기업, ITU 기술 표준 장악 중
아프리카·중동 투자로 영향력 확대
인프라 투자로 얼굴인식 DB도 확보
개인정보·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FT에 따르면 ZTE와 다화,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기업들은 최근 얼굴인식과 감시 카메라 분야에서 자사의 기술들을 ITU에 표준으로 제시했다. FT는 “중국기업의 얼굴인식 기술은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 동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ITU의 기술표준을 사실상 중국이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얼굴인식과 감시 카메라 기술 분야에서 UN의 표준을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FT 홈페이지 캡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얼굴인식과 감시 카메라 기술 분야에서 UN의 표준을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FT 홈페이지 캡처]

 
유럽과 북미 지역은 관련 기술에 대해 자체 표준을 갖고 있다.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 전기전자학회(IEEE) 등이 이들 지역 국가의 기술을 표준으로 공인해 보급 중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자체 기술이 없어 주로 ITU가 정한 기술표준을 따른다. 이 ITU 기술 표준을 사실상 중국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ITU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ITU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며 “중국의 영향력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얼굴 인식 기술과 감시카메라 기술에 대한 국제 표준 초안은 올해 말 완성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은 최근 자국의 얼굴인식·감시 카메라 기술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자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위해서다. 
중국의 한 감시카메라 업체는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1만5000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우간다도 지난 8월 화웨이의 감시 카메라를 전국에 설치했으며, 싱가포르도 가로등에 중국산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의 감시카메라 기술이 북미와 유럽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한 곳을 제외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스티븐 펠드스타인 카네기 재단 연구원은 “얼굴인식과 감시 카메라 분야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중국이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약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국가 분포. 짙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자료 : 카네기 재단ㆍFT]

중국의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국가 분포. 짙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자료 : 카네기 재단ㆍFT]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자국 기술을 보급하는 건 중국에도 이점이다. 아프리카 시장의 방대한 얼굴인식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얼굴인식 업체 클라우드워크는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최근 짐바브웨 정부로부터 짐바브웨 시민 수백만 명의 얼굴 인식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같은 중국의 기술 장악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디지털 인권 운동가 메위시 안사리는 FT에 “ITU의 얼굴인식 관련 기술 표준 작업에는 인권과 소비자 보호, 데이터보안 전문가들이 없다”며 “이로 인해 개인정보와 표현의 자유 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CCTV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월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CCTV의 모습.[AP=연합뉴스]

실제로 중국은 1일부터 자국에서 휴대폰을 개통할 때 안면 인식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휴대폰을 개통할 때 신분증과 사진 스캔으로 신원을 확인해왔는데, 신분증 사진과 휴대폰 개통인이 같은 사람인지를 안면 인식을 통해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시민 감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인공지능 개발 문제를 연구하는 제프리 딩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원은 BBC에 “이번 조치는 모든 사람을 감시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중앙집권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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