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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확 줄기 전에… '가정경제 민방위훈련'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9.12.02 09:00

[더,오래]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5)

 
예전엔 작은 밥상, 소반을 많이 썼다. 형형색색의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 큰 상이 아니라 밥과 국, 김치, 나물 정도로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소박한 상차림, 소반이 있었다. 가정경제도 소반을 차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정의 소득이 갑자기 반으로 줄었을 때를 가정하고, 과연 여러 가지 지출 항목 중에서 무엇을 줄일 수 있는지 계획해보는 훈련이다. 일종의 ‘가정경제 민방위훈련’이다.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소박한 상차림 소반. 가정경제도 소반을 차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소박한 상차림 소반. 가정경제도 소반을 차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지출 항목을 절반으로 줄여보는 가상의 소반훈련을 위해 우선 현재 우리가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실제로 가정경제 상담을 하다보면 한 달에 얼마를 벌고, 쓰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가계부를 써보려 노력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친다. 가정의 지출 패턴을 파악할 때는 통장 이체 내역과 카드 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1년 내내 억지로 가계부를 쓰려 하지 말고, 1년에 딱 한 번이라도 집중해 3개월 정도의 카드 명세서를 항목별로 분류하고 월평균을 내보자. 점검하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나가는 항목이나 꼭 필요하지 않은데 어느새 고정비용이 되어버린 대여비 등이 눈에 번쩍 들어온다. 그렇게 항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나면 무슨 항목에서 지출을 줄여갈 수 있는지 파악하고 실행하기 쉽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지출을 없애고 식비와 외식비를 아낀다면 수 십만 원 정도는 줄일 수 있지만, 소반훈련의 목표인 ‘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기’는 바로 한계에 봉착한다. 더는 줄이기 어려운,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관과 삶의 질’을 선택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항목이 자녀 사교육비, 주거비(관리비, 대출 이자, 월세), 차량유지비(할부금 포함)다.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끔찍하지만, 조금은 냉철하게 가상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자녀 사교육비는 ‘그 나이 또래에’ 당연히 지출해야 할 ‘현실적인 비용’일까? 이는 부모의 교육관이 반영된 비용, 나아가 인생관의 문제인 동시에 ‘한 인격체로서 자녀의 삶’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주거비나 차량유지비 역시 삶의 우선순위에서 ‘결단의 의지와 방향’을 확인해 봐야 한다. 무리한 담보대출 원금과 이자를 감당하면서 넓은 평수의 새 아파트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집을 줄여갈 것인가, 월세를 줄이고 작은 전세로 갈 것인가, 차량을 처분하고 할부금 없이 중고차를 타면서 최소한 아이들의 학자금 마련 을 위한 저축을 할 것인가 등 가정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지출 항목과 재무 목표를 감안하면서 가정의 비상 경영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불편한 이야기이지만 가정의 현실을 직시해 재무적인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지출을 점검해야 함에도 막연히 ‘더 벌어’ 소득만으로 해결하려는 가정이 많다. 재무 상담사로 지낸 만 1년 동안 참으로 다양한 사례를 만났다. 맞벌이를 하다가 갑자기 외벌이로 돌아선 대기업 직장인 부부, 갑작스러운 질병과 후유장애를 얻게 된 고액 연봉자, 강남에 빌딩이 두 채나 있었지만 사업 실패로 소형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남성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세계 최고를 달리던 대기업 조선회사의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과 하청회사의 연쇄 파업, 실업 등 요즘 뉴스를 보면 참으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정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지출 항목과 재무 목표를 감안하면서 가정의 비상 경영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가정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지출 항목과 재무 목표를 감안하면서 가정의 비상 경영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안타까운 것은 부정적인 변화에 대한 대비나 적응 훈련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비경제적인’ 문제로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정서적인 혼란과 충격에 휩싸이고, 보이지 않던 돈 문제와 가족 간의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격화되기도 한다. 중년 세대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퇴직으로 소득이 줄면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앞서 국민연금을 당겨 받거나 보험, 연금 등의 금융상품을 해약하는 등 재정적인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득이 절반으로 줄게 되었을 때를 가정하는 소반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어떤 변화가 와도 사랑하는 가족과 가정경제만은 지킨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작하면 된다. 지나친 경각심으로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만의 입장을 강요하거나 당장 생활비를 줄이자는 잔소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월 고정 지출은 갑자기 줄이려 하지 말고,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적정한 지출 관리의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생각하면서 작은 금액이라도 줄여보는 것이 좋다. 최상의 상황을 희망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가족이 함께한다는 의지로 소반훈련에 임한다면, 장차 나이가 들어 실제로 마주할 ‘소반’에 감사하고 만족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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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필진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 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14년차 재무상담사. 지켜야 할 것은 건강과 돈, 자산 뿐이 아니라 관계도 포함된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지 않도록 돈도 지키고 가족관계도 지키는 가정경제 솔루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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