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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투표하러 간 유학생들, 출국할 때 경찰체포 많이 당해"

중앙일보 2019.12.02 05:00
1일 오후 2시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병준 기자

1일 오후 2시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병준 기자

 
1일 오후 2시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노란 안전모에 보안경을 쓴 시민들과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낀 참여자들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손에 ‘광복 홍콩 시대 혁명’ ‘We stand with Hong Kong people(우리는 홍콩 시민과 함께한다)’ ‘Free Hong Kong(자유 홍콩)’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몇몇 참가자는 홍콩 경찰의 시위대 진압 사진을 들었다.
 
이들은 영어와 광둥어로 “5대 요구, 하나도 줄일 수 없다(Five demands, Not one less)” “폭도는 없고, 폭정만 있다(没有暴徒 只有暴政)”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시위에 합류하는 시민들은 하나둘씩 계속 늘었다. 이들은 선거 이후에도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홍콩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홍콩 구의원 선거의 범민주 진영 압승 뒤 열린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범민주파는 452명의 구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과반이 훌쩍 넘는 388석(85.8%)을 차지했다.
 
투표자 수는 홍콩 반환 이래 최대인 294만명을 기록했다. 민주파의 압승엔 해외 거주 홍콩인들의 지지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자는 국내에 사는 홍콩인들을 만나 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과 전망을 물어봤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자 민주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자 민주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학생들이 주축인 시민단체 '프리덤 홍콩' 한국지부 소속의 A(25)는 "주변의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최근 홍콩에 다녀왔다. 홍콩 경찰의 대규모 행동이 덜해져 (예전보다) 현지 분위기가 나아졌다"며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방해가 없었지만, 출국할 때는 홍콩 이공대학에 본인 신분이 드러난 서명을 적어놓고 나온 사람들이 체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A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출국을 막기 위해 홍콩 경찰이 증거 없는 체포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에 승리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했지만, 실제로 (미국이 중국을) 제재할지는 모른다. 홍콩 사태에 대해 즉각적인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화여대 홍콩인 유학생 모임 소속의 B(26)는 투표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B는 "이틀간 홍콩에 가 직접 투표한 게 헛수고가 될까 많이 걱정했는데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5개월 내내 시위를 계속해도 큰 발전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오랜만에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의원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라며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에 홍콩의 미래가 걸려 있다. 시위와 집회에 계속 참여해야 정부가 우리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AP=연합뉴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AP=연합뉴스]

 
"(홍콩에) 가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가지 못했다"는 직장인 C(24)는 “원래 홍콩의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유권자 등록률이 굉장히 낮았다. 그런데 이번에 역사상 최고 등록률을 기록했다”며 “부모님도 친중파를 지지하지만 친중파가 질 거라고 예상하셨다. 반중파·친중파 할 것 없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콩 사태의 전망에 대해서는 “(시위대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중국 정부의 힘이 너무 세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크게 바라지 않고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경찰들이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범죄인 인도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달 26일 "송환법 철회는 이미 받아들였으며, 이를 제외한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이미 분명하게 설명했다"면서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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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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