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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코앞 하명수사 논란…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똥

중앙일보 2019.12.02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한국당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왼쪽 셋째부터)이 1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뉴시스]

한국당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왼쪽 셋째부터)이 1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뉴시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검경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운하 “갑자기 수사 의도 의심”
검찰 “경찰들 소환 불응 탓 늦어져”

법조계 “검찰 수사지휘권 없애면
경찰의 수사 왜곡 검증 힘들 것”

1일 황 청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1년6개월이 넘도록 저는 검찰로부터 단 한 차례도 조사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이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를 방치하던 검찰이 저의 명예퇴직 신청 사실이 알려진 이후, 또 검찰개혁 법안 국회 처리가 임박한 시점에서 갑작스레 하명수사 논란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 수사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 대상 경찰관들의 소환 불응으로 수사가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울산지검은 올해 3∼4월 경찰이 진행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종결된 후 이번 사건을 본격 진행하게 됐다”며 “김 전 시장 수사 관여 경찰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대부분 소환에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본회의 처리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안이 현행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가 사실상 폐지돼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은 경찰의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한 검찰 수사로 촉발됐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선거 직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 당시 피의선상에 올랐던 관계인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낙선한 김 전 시장의 고발로 경찰이 선거 전 민감한 시점에 수사한 배경을 역추적했고,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이첩받은 사실과 관련 수사 내용을 9차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파악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권 조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같은 검찰 수사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기 전까지 경찰 수사 과정이나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지휘’가 아닌 ‘협력’ 관계로 규정해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경찰 수사의 왜곡 및 부실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총선이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야권엔 치명타가 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 사건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다른 사건보다 짧다. 따라서 경찰이 공소시효가 임박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사안의 진위를 들여다볼 틈도 없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검찰은 해당 사건의 존재 여부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하명수사 논란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반면교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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