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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 500%' 방위비 전쟁…한미, 인상률 놓고 워싱턴 담판

중앙일보 2019.12.02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시한을 28일 앞둔 오는 3~4일 한·미가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다. 이번 방위비 4차 협상은 북한이 ‘인내의 기간’ 시한을 연말로 설정해 그 이후엔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한국으로선 한·미동맹 약화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이중의 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3~4일 워싱턴서 SMA 4차 협상
미국 “동맹 공평분담 책임” 재확인
이번에도 노딜 전략 구사 가능성

지난달 19일 미국의 일방적 파행 선언 뒤  2주만에 열리는 워싱턴 협상과 관련,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방위 조약상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는 미국 납세자들만 져야 할 부담이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득을 보는 동맹 및 파트너들이 공평하게 분담할 책임”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협정이 2019년 말 기존 SMA를 대체할 것”이라며 현 협정 만료일인 오는 31일 이전에 협상을 완료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붙는 부분은 분담금 액수다. 미 측은 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초기액수라 어떤 식으로든 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 측은 언제든 대규모 증액이 가능하도록 이번에 방위비 분담금의 개념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 협상 대표는 준비태세 유지 비용, 즉 운영 유지비 등을 포함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개념을 받아들이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이어지던 지난 2017년 미 핵항모가 대거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되면서 2018 회계연도에 운영 유지비가 22억 달러로 늘어난 점도 반영됐다고 한다. 즉 급증한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연합훈련 및 순환배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 측은 인상하더라도 ‘한 자릿수’ %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차 협상 때 한국 측 분담금 액수를 8.2% 오른 약 1조 389억원에 타결했는데, 그 전과 비교하면 8.2%도 지나치게 높은 인상률이었다는 것이다. 9차 SMA 때 인상률이 5.8%였는데, 한국 협상팀은 이번 협상에서 5%대를 적당한 인상률 수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넘어선 과도한 증액은 국회의 비준동의 거부권 행사에 막힐 것이라는 논리다. ‘5% 인상 대 500% 증액’ 간 싸움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한 만큼 한반도 방위에 드는 비용을 분담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0억 달러를 받아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는 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방위비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직접 방위비용 증액 요구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노딜 전략’을 구사할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미 협상팀이 보여준 일방 파행 카드는 무역 협상에서 주로 구사하는 전술이다. 타결이 안 되도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이다. 경제통들로 협상팀을 꾸린 쪽은 한국인데, 오히려 역공을 당한 셈이다. 이번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그 책임은 한국에 있다’며 강경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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