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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왕좌 복귀 ‘당구계 우즈’ 브롬달

중앙일보 2019.12.02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7회 우승을 차지한 ‘당구계 타이거 우즈’ 브롬달. [사진 대한당구연맹]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7회 우승을 차지한 ‘당구계 타이거 우즈’ 브롬달. [사진 대한당구연맹]

지난달 30일 덴마크 소도시 라네르스의 한 식당. 한 유럽 노신사가 합석을 요청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내 아들이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했다. 7개 국어를 구사하는데 한국어도 좀 한다. 사실은 당구에 빠져 전에 이혼도 했다”며 웃었다. 노신사는 과거 3쿠션 선수였던 렌나르트 브롬달(80)이었다. 바로 ‘당구 황제’ 토브욘 브롬달(57·스웨덴)의 부친이다.
 

3쿠션 세계선수권 통산 7회 우승
우즈처럼 부상 극복하고 정상에
8강전 승부치기서 7점 차 뒤집어
선생님으로 부르는 한국팬 감사

‘아버지의 자랑’ 토브욘 브롬달은 3쿠션 월드컵에서 44차례나 우승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우승이 뜸했다. 예순이 가까운 나이(1962년생) 탓일까. 최근에는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도 있었다. “브롬달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브롬달은 1일 막을 내린 제72회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블록을 조립하듯, 정교한 플레이로 ‘레고의 나라’ 덴마크 관중을 감탄시켰다.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7회 우승을 차지한 브롬달(가운데). [사진 코줌]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7회 우승을 차지한 브롬달(가운데). [사진 코줌]

극적인 승부의 연속이었다. 브롬달은 지난달 29일 8강전 승부치기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먼저 7점을 허용했다. 야구로 치면 연장 10회 초에 7실점하고 10회 말을 맞이한 격이다. 그런데 수학 문제 풀듯 난구를 풀어가더니 기어코 8점을 따냈다. 대역전승 직후 아버지와 격하게 포옹했다.
 
30일 4강전에서는 사메 시돔(이집트)을 10이닝 만에 40-18로 꺾었다. 에버리지 4.000을 찍었다. 결승전에서는 응우옌 둑 안 치엔(베트남)에 22-2로 앞서다가 31-29까지 쫓겼다. 하지만 노련하게 압박감을 극복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7번째 세계선수권 우승(1987·88·91·92·97·2015·19년)이다. 우승 상금 2만 유로(약 2600만원). 브롬달은 “32강전 상대 루피 체넷(터키)이 1mm 차이로 마지막 공을 놓쳤다. 그게 들어갔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1mm가 챔피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브롬달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에 빗대 ‘당구계 우즈’로 불린다. 우즈는 각종 부상으로 한때 세계 286위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9월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하며 재기했다. 브롬달은 “2년 정도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허리가 안 좋아 치료를 받기 위해 6개월 정도 연습을 하지 못했다. 세계 랭킹이 떨어지고 월드컵에도 나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세계 13위로 추락했던 그는 20년 전과 달리 현재는 안경도 착용한다.(우승 직후 세계 3위로 올라섰다.) 
 
브롬달은 “많은 사람이 내가 노쇠했다고 하는데, 마음은 젊다. 당구는 나이를 이기는 스포츠다. 앞으로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회에도 자주 출전하는 브롬달은 인터뷰 도중 서툰 한국어로 “피곤해”, “우리 아빠 와서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브롬달 경기복 왼팔에는 한국 스폰서업체 일므이 한글로 붙어 있다. 라네르스=박린 기자

브롬달 경기복 왼팔에는 한국 스폰서업체 일므이 한글로 붙어 있다. 라네르스=박린 기자

그의 경기복 왼팔에는 한국 스폰서 업체 이름이 한글로 붙어 있었다. 브롬달은 “당구 관련 업체가 아니라서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 ‘브롬달 선생님’으로 불린다. 그는 “대회가 끝나면 당구를 가르쳐줄 수도 있다. 한국 팬들이 계속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는 이번 대회에 6명이 출전했다. 모두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외 빡빡한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브롬달은 “한국 당구는 5, 6년 사이 강해졌다. 김행직(27)과 조명우(21) 같은 젊고 잘하는 선수들이 있어 장래가 밝다”고 칭찬했다. 김행직은 “(브롬달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저희도 노력해 브롬달처럼 롱런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네르스(덴마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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