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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싱가포르에 밀린 한국 방산 전시장…시범만 보이고 바로 자리 뜨기도

중앙일보 2019.11.30 22:00

[Focus 인사이드] 

 
지난달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개막식에서 F-35가 시범 비행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개막식에서 F-35가 시범 비행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시회는 방산 수출 필수 코스
육·해·공군 전시회 차별화 없어
10년 늦은 싱가포르가 추월해
콘텐트 부족 극복해야 수출 열려

지난 10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아덱스(ADEX) 2019’가 서울공항에서 열렸다. 아덱스는 1996년 서울 국제 에어쇼로 시작해 2001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전시회로,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방산전시회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덱스는 회의(Meeting)ㆍ포상관광(Incentives)ㆍ컨벤션(Convention)ㆍ이벤트와 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일컫는 MICE 산업에 속한다. MICE 산업은 우리나라 여러 지자체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여러 도시가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이다. MICE 산업은 우리나라도 국제회의 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서울 ADEX 2019가 열린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에 KF-X 실물 모형(앞)과 소형무장헬기(LAH)가 계류되어 있다. [사진 뉴시스]

서울 ADEX 2019가 열린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에 KF-X 실물 모형(앞)과 소형무장헬기(LAH)가 계류되어 있다. [사진 뉴시스]

 
아덱스와 같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는 산업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프랑스의 파리 에어쇼, 영국의 판보로 에어쇼 그리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싱가포르 에어쇼는 세계 3대 에어쇼로 불린다. 중국의 주하이 에어쇼, 러시아의 MAKS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방위산업 선진국 외에도 자체 역량이 미약한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방산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AFED, 아랍에미리트의 IDEX, 인도네시아 INDO DEFENCE, 말레이시아 DSA 등이 대표적이다. 방위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터키도 IDEF를 개최하고 있다.
 

국산 무기 수출을 위한 필수코스, 해외 전시회

 
해외 전시회는 우리나라 방위산업체들이 수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필수코스다. 특히 우리나라 업체들이 집중하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는 해당 국가 정부와 군이 행사를 주최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ADEX 2019 행사에서 블랙이글팀이 곡예비행 중 활주로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ADEX 2019 행사에서 블랙이글팀이 곡예비행 중 활주로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행사장 내 전시공간을 빌리는 것 외에도 각종 전시품을 포장 및 운반하고 다시 가져오는데 큰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중소 방산업체들엔 중요하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다행히 방위산업진흥회가 국내 중소 방산업체들을 모아 공동관을 여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업체와 협회의 노력에 더불어 무기 수출을 위해선 우리나라와 해당국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전시회 참가는 민ㆍ관ㆍ군이 함께 뛰는 총력전의 현장이다. 해외 전시회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나 해군 함정 등을 파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은 2008년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4년에는 36억 달러를 기록했다.  결과 한국이 2014~18년도 동안 세계 11위 무기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서울 ADEX 2019’ 행사에 참여한 국방부 의장대. 박용한

‘서울 ADEX 2019’ 행사에 참여한 국방부 의장대.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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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시회, 차별화된 요소는 있는가?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해외 전시회에 매달리는데 비해 아덱스도 그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방위산업 관련 전시회로는 아덱스 외에도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과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가 있다.  
 
육군이 DX 코리아 2018에서 선 보연 차량형 장갑차. 바퀴가 3쌍(6개)인 K806과 4쌍(8개)인 K808이 있다. 차량형 장갑차는 보병 기동화의 핵심 장비다. 이철재

육군이 DX 코리아 2018에서 선 보연 차량형 장갑차. 바퀴가 3쌍(6개)인 K806과 4쌍(8개)인 K808이 있다. 차량형 장갑차는 보병 기동화의 핵심 장비다. 이철재

 
DX 코리아는 지상무기 전문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으며, 2014년 처음 열렸다. 2018년 10월 행사에는 30개국 2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문관람객 6만여 명을 포함하여 총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마덱스는 1998년 해군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시작됐다. 2001년엔 국제해양방위산업전(KORMARINE), 국제항만물류 및 해양환경산업전(SEA-PORT), 부산 국제조선·해양대제전(마린위크)을 통합해 마덱스가 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홀수 해에 아덱스와 마덱스, 짝수 해에 DX 코리아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아덱스가 세계적인 행사로 남기 위한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개막식에서 해군 관계자와 참석자들이 해군-해병대 홍보관에 전시된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개막식에서 해군 관계자와 참석자들이 해군-해병대 홍보관에 전시된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해군 전문 전시회인 마덱스를 제외하고 아덱스와 DX 코리아는 전시 품목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각각 항공우주와 지상무기를 내세우지만, 두 행사 모두 방위산업 전시회가 기본이어서다.  
 
아덱스와 DX 코리아는 겹치는 분야가 꽤 있다. 하지만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 특히 항공우주가 중심이 되는 아덱스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별한 항공 관련 도입 사업이 없더라도 해외 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와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모색해야 한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우리의 아덱스보다 늦은 2008년에야 시작했지만, 아시아 최대 에어쇼가 됐다. 아덱스보다 10년 이상 후발 전시회인데도 세계 각국의 민간 및 군용 항공기 제작사가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발전한 것이다.  
 
2016년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마크를 하늘에 수놓고 있다. [사진 공군]

2016년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마크를 하늘에 수놓고 있다. [사진 공군]

 
싱가포르 에어쇼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두바이 에어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두 에어쇼 모두 MICE 산업에 필수적인 전시 인프라와 숙박, 교통 등에서 아덱스에 비해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일찍 시작한 아덱스가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데에는 우리 자체의 콘텐트 부족이 한몫하고 있다. 아덱스는 항공우주 분야가 중심이 되는 행사여서 비행 시연에 큰 이목이 쏠린다.
 
1996년에만 해도 F-15K로 결정된 FX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프랑스 라팔, 러시아 Su-35 등이 참가해 큰 관심을 끌었다. 2015년에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참가해 뛰어난 비행성능을 선보였다.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은 건 당연했다. 우리 공군도 매번 T-50으로 구성된 블랙이글팀의 곡예비행과 KF-16 및 F-15K 등의 비행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ADEX 2019에서 최초 공개된 소형무장헬기(LAH) [사진=연합뉴스]

서울 ADEX 2019에서 최초 공개된 소형무장헬기(LAH)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아덱스는 개막식용 비행만 하는 경우가 잦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2017년 행사의 개막식에서 국산 헬리콥터 수리온을 바탕으로 제작된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가 멋진 기동을 선보였지만, 나머지 비즈니스 데이와 퍼블릭 데이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행사에서도 개막식엔 국산 경공격헬기 LAH 시험기가 나와 전술기동을 선보였지만, 비즈니스데이 초반에 행사장을 떠났다.  
 
전시장 안에 있는 국산 항공기 모형이 아닌 실제 움직이는 국산 항공기를 보는 것은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데 필수적이다.  
 
군이나 업체가 운영하는 항공기를 전시하거나 실제 기동을 펼치는 데 여력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의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최근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개막식 때만 3대가 공중분열과 멋진 기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지상에만 전시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있었다.  
 
서울 ADEX 2019 행사에서 CH-47 치누크 헬기로부터 뛰어 내린 고공강하팀이 지상을 향해 낙하산을 펼친 채 태극기와 함께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ADEX 2019 행사에서 CH-47 치누크 헬기로부터 뛰어 내린 고공강하팀이 지상을 향해 낙하산을 펼친 채 태극기와 함께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이전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게 등장하는 반가움도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1974년 도입돼 지금도 정부 요인 수송에 사용되는 HS-748 수송기, 한국전쟁 당시 도입된 공군 최초의 전투기인 F-51D 머스탱, 그리고 공군의 첫 제트 전투기인 F-86이 처음 전시됐다.  
 
이 밖에 1953년 6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항공기인 부활호도 복원해 전시됐다. 우리 공군의 역사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콘텐트로 탄생한 것이다.
 
이런 군 차원의 노력에 정부의 MICE 산업, 그리고 항공우주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 더해진다면, 아덱스도 싱가포르 에어쇼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항공우주산업 강국을 꿈꾸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아덱스 같은 국제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행사를 위해 그리고 국민적 호응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풀어내 보자.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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