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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분석, 전문가가 검증…‘찜찜함’ 씻어내는 중고차

중앙선데이 2019.11.30 00:21 663호 12면 지면보기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3월 중고차 관련 사업의 핵심인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도록 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중고차를 구매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을 말한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거스르긴 어려웠다. 예컨대 SK그룹은 2017년 ‘SK엔카 직영’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팔았다. 현재 K카로 이름이 바뀌었다.
 

스타트업·수입차 브랜드 새 바람
소비자 76% “중고차 시장 불투명”
업계서 인증해주고 구매 동행도

동반성장위 “생계형 적합업종 안돼”
대기업 진입 ‘족쇄’ 풀릴 가능성
투명성 제고, 일자리 창출 등 기대

이런 가운데 대기업도 온전히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6일 58차 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다. 정부가 상생협약 등의 조건으로 대기업 진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지만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확률은 높지 않다.
  
중고차, 작년 377만대 거래 신차의 2배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거래 대수 기준으로 신차 시장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77만여 대의 중고차가 거래됐다. 중고차 이전등록 기준을 재정비한 2011년 332만대 수준이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고차 판매 업체 중 대기업에 버금가는 곳은 K카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 계열의 오토플러스, AJ그룹 계열의 AJ셀카 등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전체 중고차 시장(사업자 거래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일몰을 맞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때문에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유통, 렌터카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확대와 투명성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회사가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면 매입 잔존가치 보증 등으로 신차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대기업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중고차 시장에 부정적인 인식(매우 불투명 30.7%, 약간 불투명 45.7%)을 보였다. 이와 달리 소비자 절반 이상(51.6%)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다양한 혁신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있다. 개인 대상의 매매를 제외한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롯데렌터카 등은 중고차 사업자에게 경매 방식으로 중고차를 도매 판매하는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오토벨의 지난해 낙찰 물량은 5만7574대로 전년 대비 21.4% 늘었다. 롯데오토옥션은 2014년 개장과 동시에 업계 첫 온라인 경매 시스템을 구축해 성장하고 있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영세업체-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이 상호 협력과 경쟁 구도를 구축해 발전할 수 있다”며 “특히 고용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매매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는 조건으로 중고차 매매 사원들과 제휴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의 참여가 소비자에게 마냥 이득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면 시스템이 정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그에 따라 중고차 평균 가격이 오를 여지도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논란 와중에 자금력을 갖춘 수입차 업계는 제품을 직접 검증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인증 중고차’ 제도로 중고차 시장에 변화를 몰고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벤츠 인증 중고차, BMW의 BMW프리미엄셀렉션(BPS), 아우디의 아우디 어프로브드 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4~5년 이하, 10만㎞ 이내 무사고 차를 매입해 100가지 이상의 항목을 점검해 재판매한다. 벤츠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지난해 4700대로 전년(3819대)보다 23% 늘었다. 같은 기간 BMW 인증 중고차 판매량도 14% 증가한 1만1600대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인증하는 중고차이기 때문에 업계 매물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믿고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절반 이상 대기업 진입에 긍정적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벌이는 금융회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고차 매매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자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중고차를 중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는 다양한 상품도 내놨다. 예컨대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자동차 생애관리 애플리케이션 ‘플카’를 내놓고 금융기업 최초로 인증차량 제도를 도입했다. KB차차차는 중고차 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들도 중고차 시장의 변화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마이마부는 소비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관심 있는 매물을 지정하면,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중고차 상태를 검증하고 가격이나 거래 조건 등을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창업 이후 3년간 1만건 이상 거래를 성사시켰다. 꿀카는 개인 매물로 나온 차량을 자체 점검 기능사가 점검하고 서류 작업 등 직거래 절차를 진행해준다. 딜러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판매자는 5~12%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구매자는 4~10% 낮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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