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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문케어 탓 손해율 급증” vs 정부 “상품 설계 잘못”

중앙선데이 2019.11.30 00:21 663호 13면 지면보기
정부와 손해보험사가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을 앞두고 치열한 ‘손해율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보 업계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탓에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문케어와 손해율은 관련이 없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시 민간기관인 보험연구원이 반박하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도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 당초 11월 초에는 협의체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9월에 일찌감치 협의체를 열어 판매 상품별 조정폭을 정했다.
 

내년 실손보험료 싸고 ‘네 탓’ 공방
10개 손보사 1~7월 손실액 3조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 요구
내달 초 협의체 열어 결정키로

손보사는 올해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10개 손보사가 보험영업에서 낸 손실은 2조9571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730억원) 대비 66.8%(1조1841억원) 급증한 수치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2440억원에서 5074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같은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1739억원 늘었다. 손보 업계에선 올해 보험영업 적자폭이 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본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면서 손보사별 1~3분기 당기순이익도 확 줄었다. 삼성화재는 5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줄었다. DB손해보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381억원 감소했다.
  
“과잉 진료 등 비급여 제도 보완 필요”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업계는 보험영업 손실액이 급증한 원인으로 문케어를 첫손에 꼽는다. 올 상반기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2016년(131.3%) 이후 최고치라는 게 손보 업계의 주장이다. 손해율이 129.1%라는 건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으로 129.1원을 내줬다는 얘기다. 업계는 문케어 이후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어난 게 손해율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 병원의 ‘연도별 초음파 청구변화’ 자료에 따르면 A병원은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뀐 상복부 초음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비급여인 비뇨기계 초음파를 추가로 받도록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 업계도 당초 문케어가 시행되면 손해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환영했지만 되레 손해율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6~2017년 보장성 강화로 보장률(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62.6%에서 62.7%로 높아졌지만 손해율은 131.3%에서 121.7%로 낮아졌다”며 최근의 손해율 상승은 문케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실손보험상품을 지목했다. 상품 자체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보장하고 있어 (문케어와는 관계없이)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산정한 손해율 수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험연구원이 재반박에 나섰다. 보험연구원은 2016~2017년 손해율이 주춤한 데 대해 “문케어를 시행하기 전의 얘기”라며 “2016년 초 보험료를 20%가량 인상했는데 그 효과가 단계적으로 반영된 영향이고 이후 손해율은 상승 추세”라고 받아쳤다. 문케어는 2017년 8월 발표 후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보험연구원은 손해율에 대해선 “보험사가 임의로 산출한 게 아니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정한 작성 양식과 기준에 따라 산출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상품을 잘못 설계한 문제도 분명 있으므로 업계는 보험료 차등제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기존 계약에는 적용이 어려운 만큼 과잉 진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부의 제도 보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실손보험료 15% 안팎 인상될 듯
 
정부는 늦어도 다음주에는 협의체를 열어 내년 보험료 조정폭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손해율 급증 등을 들어 보험료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큰 폭으로 올리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케어로 손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는데 (큰 폭의 인상을 결정하면)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 등을 고려하면 내년 보험료는 올해 인상률(8~12%)보다 높은 15% 안팎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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