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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 자바섬, 안전한 보르네오보다 인구 밀집 이유

중앙선데이 2019.11.30 00:21 663호 14면 지면보기

서광원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생존 이치

생존 이치

두 섬이 있다. 두 섬은 인근에 위치해 있는 데도 상당히 다르다. 일단 한 섬은 크고 다른 섬은 작다. 작은 섬은 아래로 화산맥이 흐르다 보니 가끔 잊을 만하면 화산이 터진다. 100만년 전 분출한 화산의 분화구가 상당히 큰 사막처럼 남아있을 정도다.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일이 아니다. 이 섬에는 지금도 살아있는 분화구들이 있다.
 

인도네시아 절반 이상 자바섬 거주
위험하나 화산재가 땅 비옥하게 해
평온한 보르네오섬은 폭우 탓 척박

수익도 위험 감수 대가로 얻는 보상
투자 금액 10%는 공격적으로 해야

이와 달리 큰 섬은 작은 섬보다 네 배나 크고 근처에 있는 데도 화산맥에서 벗어나 있다. 별 일이 없으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 우림이 형성되어, 숲 바닥엔 낮에도 햇빛이 닿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이 두 섬 중 한 곳에 살라고 한다면 어느 섬이 좋을까?
  
#아마 대부분 큰 섬을 택할 것이다. 넓은 데다 화산도 없고 울창한 숲까지 있지 않은가. 실제로도 그럴까?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선택은 다르다. 크고 안전한 섬에는 2000만 명이 사는데, 작은 화산섬에는 7배 수준인 1억4100만 명 이상이 산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 작은 섬은 자바섬이고, 큰 섬은 보르네오섬이다. 왜 사람들은 작은 데다 화산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험한 섬에 살까?
 
화산 분출은 위험하지만 여기서 나온 화산재가 땅을 비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화산재에 들어있는 각종 미네랄이 비료 역할을 한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작은 섬에 사는 이유다. 이와 달리 훨씬 크면서도 화산 활동이 없어 안전한 보르네오섬은 보기와 다르게 척박하다. 울창한 숲은 1억3000만년 동안 별 일이 없는 덕분에 형성된 것일 뿐, 땅이 비옥해서 그런 게 아니다.  
 
해마다 몬순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폭우가 어쩌다 쌓이는 영양분들을 다 쓸어가 버려 숲의 크기에 비해 탐스런 과일 같은, 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생물학자들이 “숲이 텅 비었다”고 할 정도로 포유류들의 다양성이 아주 낮다.
 
자바섬 므라피 화산. [연합뉴스]

자바섬 므라피 화산.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커다란 섬 세 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작은 자바섬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수도 자카르타도 여기에 있다. 나라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를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도 자카르타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 갈수록 문제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곳이라고 위험만 있는 게 아니고, 안전한 곳이라고 안전만 있는 게 아니다. 1955년,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인 52세에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설립한 레이 크록은 “바닥에 놓인 줄 위를 걸어가는 것은 서커스가 아니다”라고 했다. 서커스의 묘미는 아슬아슬함에 있는 까닭이다.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리스크 없는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가 있을까? 수익이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는 보상이다.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으로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나심 탈레브는 후속작 『안티프래질』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망하기 딱 좋은 투자법은 안전을 위해 리스크가 중간 정도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변동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따르면 최선의 투자는 90%는 안전하게, 10%는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다. 적어도 10%는 위험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명성을 원한다면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듯 위험을 피하기만 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이미 한참 전부터 자사 자원의 10%를 실패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위험한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은데 무슨 위험을 더 감수하라는 말이냐라고 할 수 있지만, 어려울 때 저축해야 미래가 있듯 힘들더라도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안전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어느 정도 위험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자동차·철강은 시작 당시 말도 안 되는 위험한 미래였다. 모두들 말렸고 일부는 비웃기까지 했다.  
  
#그 당시 우리가 이런 ‘위험하고도 미친 짓’ 같은 비전을 세우지 않았다면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일찌감치 이런 말을 했다. “불확실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는 비전은 실용성이 없다.” 미래 자체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안전한 비전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비전이란 어느 정도 위험해야 한다.
 
지금쯤 경영자들의 머릿속은 내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 생각 속에 위험에 도전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여러 연구가 말해주듯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때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지 지향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안전한 미래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안전한 미래를 지향해서는 안전한 미래를 얻을 수 없다.
 
요즘 ‘화산’만 보고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가장 맛있는 열매는 가지 끝에 있듯 위험한 곳에 좋은 기회가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에는 산삼이 없다. 산삼은 길이 없는 깊은 산속, 위험한 곳에 있다. 좋고 귀한 것들은 다 그렇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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