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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가 그렸는데 왜 내 작품이냐고?

중앙선데이 2019.11.30 00:20 663호 21면 지면보기
미학 스캔들 누구의 그림일까?

미학 스캔들 누구의 그림일까?

미학 스캔들
누구의 그림일까?
진중권 지음
천년의 상상
 
‘조목조목’이란 부사는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미학자 진중권(56)은 이 책에서 ‘조영남 그림 대작(代作) 사건’의 논란을 끌로 파듯 하나씩 도려내 우리 사회와 미술계를 향해 던진다. “조수 활용은 현대 미술의 관행”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비난한 사회와 검찰과 미술계의 논리가 왜 잘못된 것인지 방대한 미술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는데, 그 과정이 자못 통쾌하다.
 
그는 “조영남의 미학적 ‘나태’와 윤리적 ‘허영’과 경제적 ‘인색’을 비판한다”면서도 검찰이 조영남을 사기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검찰이 현대미술의 규칙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특히 내부에서의 충분한 논의 없이 ‘주리스토크라시(법만능주의)’로 흐르는 예술계의 경향을 크게 우려한다. “축구를 하다가 태클로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한 선수를 검찰이 경기장에 들어와 ‘과실치상’ 혹은 고의성이 있다며 ‘폭행치상’으로 기소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232쪽)
 
그는 전문에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말을 인용했다. “지식인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아니라, 들어야 할 얘기를 해야 한다.”
 
동양대 교수인 그는 최근 조국 사태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전문 말미에 적었다. “또다시 눈앞에서 권력이 언론과 대중을 동원해 연출하는 거대한 파국을 본다. 불의를 정의라 강변하는 저 거대한 집단의 맹목적인 힘 앞에서 완벽한 무력감을 느낀다.”
 
지식인을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다.
 
정형모 전문기자/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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