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6세기 일본, 유럽 접하고 중국 극복

중앙선데이 2019.11.30 00:20 663호 21면 지면보기
일본인 이야기

일본인 이야기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음

일본 500년사 5권 중 첫 책
선택과 집중 방식 근대 수입

메디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무역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여전히 삐거덕대는 가운데 ‘우리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효력 유예 발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양국 정부의 난타전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다. 우리는 도대체 일본을 어떻게 보고 해석해야 하나. 『일본인 이야기 1-전쟁과 바다』는 일본을 좀 더 밀착해서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된 5권 연작 시리즈 중 그 첫 번째다.
 
전체 시리즈는 일본이 유럽과 처음 접촉한 1540년께부터 2차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군에 패배해 점령된 1940년대 말까지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첫 권은 그중 16~17세기 전환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통일 일본을 이룬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조선을 넘어 명나라와 인도까지 넘봤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국내 무신 막부정부에 안주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일본 국내의 통일 전쟁 과정뿐 아니라 이 시기의 유럽 국가들과의 교섭, 가톨릭의 역할과 영향 그리고 조선과의 문제를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다룬 점이 돋보인다. 일본인들조차 잘 알기 어려운 비교융합적 역사서술이 눈길을 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중화문명을 따라갔던 일본은 대항해시대를 맞아 전 세계 바다를 휩쓸던 유럽인들이 전해 준 문명을 정면으로 상대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조선·중국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다. 16~17세기 일본이 경험한 유럽과의 접촉은 그 후 일본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한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중화문명은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문명 가운데 하나로서 상대적인 존재가 됐다.
 
일본에 서양 의술을 처음 전한 가톨릭 신부상. 오이타현 오이타시에 있다. [사진 메디치]

일본에 서양 의술을 처음 전한 가톨릭 신부상. 오이타현 오이타시에 있다. [사진 메디치]

1542년(또는 1543년) 포르투갈인 안토니오 다 모타는 규슈 서남쪽 끝의 다네가시마에 표착해서 조총의 실물과 사용법을 일본인들에게 전해줬다. 이 섬의 영주 다네가시마 도키타카가 조총의 국산 제조에 성공하면서 일본에서의 유럽발 병기혁명이 시작된다. 이는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임진왜란으로 이어져 조선왕국의 피폐화를 야기했다. 류성룡의 『징비록』에는 임진왜란 직전 쓰시마 측에서 조총을 선물로 전해 줬으나 조선은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온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유럽이 접근해 왔을 때 군사적 도전에는 강하게 대처하면서 무역과 상업적 이익은 취했다. 에도 막부 시대에 프로테스탄트 국가인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 나가사키를 열어 주고 이들로부터 난학(蘭學·네덜란드학)을 배워 근대화의 동력으로 삼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덕분에 일본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고 미흡하나마 대비할 수도 있었다.
 
반면 조선은 일체의 교류를 피해 약소국으로 계속 남았다.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이분법으로 한반도 역사를 바라보고 민족주의자와 친일파를 나누는 흑백논리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엔 공감이 간다.
 
이 시리즈의 2권은 17세기 중반~18세기 중반을 다룰 『백가쟁명』, 3권은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을 다룰 『북로남왜』, 4권은 메이지유신 전후를 다룰 『일본의 두 번째 기회』, 마지막 5권은 19세기 말~패전 전후를 다룰 『보통국가에의 지향과 좌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일본을 형성하는 정신사적 관찰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여 향후 출판도 기대된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아는 것은 한국인들에게도 무척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자세로 탐독한다면 양국의 상생과 공동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