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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명 숨진 뒤에야…이라크 총리 “사임하겠다”

중앙일보 2019.11.30 00:02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마흐디 총리는 2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EPA=연합뉴스]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마흐디 총리는 2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EPA=연합뉴스]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400명 넘게 숨지는 등 사태가 격화되자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슬람 시아파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총리에 지명된 지 1년여 만이다.
  

최고 성직자 사임 촉구 직후 발표
취임 1년만…사임 시점은 안밝혀
다음달 1일 의회 긴급회의서 결정
실업난·부패 등이 반정부 시위 원인

마흐디 총리가 이날 TV로 성명을 내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고 영국 BBC, APㆍ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흐디 총리는 성명에서 “의회에 총리직 사임을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공문 발송 시기를 언급하지 않으며 정확한 사임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 의회는 다음 달 1일 긴급회의를 열고 총리 사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이라크 시위대가 29일 수도 바그다드 라쉬드 거리에서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이라크 국기를 두른 채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다.[AFP=연합뉴스]

한 이라크 시위대가 29일 수도 바그다드 라쉬드 거리에서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이라크 국기를 두른 채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다.[AFP=연합뉴스]

 
마흐디 총리의 사임 선언은 이라크의 이슬람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가 정부를 비판하며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을 촉구한 직후 나왔다. 알시스타니는 이날 금요 대예배에서 시위대를 겨냥한 공격을 규탄하고 의회에 정부에 대한 지지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알시스타니는 이라크 정부는 지난 두 달간 이어진 시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의회는 (정부 지지에 관한) 선택을 재고하고 이라크의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이라크 나이아프에서 정부 보안군이반정부 시위대에게 발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8일 이라크 나이아프에서 정부 보안군이반정부 시위대에게 발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라크에선 지난달 1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만성적인 실업난 속에 정부의 무능, 부패를 규탄하며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마흐디 총리의 내각은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질서회복을 내세우며 군대와 경찰을 내세워 강경 진압을 벌였다. 그 결과 2달 사이 시위 중에 숨진 인원이 400명을 넘었다. 부상자도 1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BBC는 시위가 벌어진 직후 6일 동안에만 14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라크 정부가 시위대에 실탄 사용을 이어가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 27일 밤 시위대가 이라크 중남부 나자프에서 이란 영사관에 불을 지른 뒤, 다음날인 28일 군경의 실탄 발사 등 강경 진압으로 40여명이 사망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AFP통신은 29일에도 이라크 남동부 나시리야에서 시위대 1명이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지고 전날 다쳤던 시위대 2명이 밤사이 숨졌다고 의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2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들이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의 사임 발표가 나온 직후 이라크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2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들이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의 사임 발표가 나온 직후 이라크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시위대는 마흐디 총리의 사임 발표가 나오자 환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 등에 모인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한 남성은 “우리의 첫 번째 승리”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 아미라(25)는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아직 싸울 것이 남았다. 우리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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