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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메카 가천대학교] “안과의사로 쌓은 경험과 아이디어, 창업지원단 만나 벤처로 탄생”

중앙일보 2019.11.29 00:02 2면 지면보기
“20여 년 안과의사로 일하며 진료실과 수술실에서만 살아온 탓에 사업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어요. 제 성공 창업의 밑천은 그동안 백내장 수술을 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아이디어뿐이었죠. 무엇보다도 가천대 창업지원단이 저 같은 예비창업자를 발굴해 믿고 도와준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과 의료용 제품 개발·상용화 성공한 ‘오큐라이트’ 대표 남동흔(가천대 길병원 교수)

2017년 ㈜오큐라이트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는 남동흔(사진) 가천대 길병원·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2004년 가천대에 부임한 남 교수는 망막 및 백내장 수술 권위자다.  
 
오큐라이트는 현재 가천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기도 하다.
 
그가 1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벤처사업가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데엔 가천대 창업지원단의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 사업화’가 큰 힘이 됐다. 남 교수는 창업지원단으로부터 8580만원을 지원받아 ‘안구 내 조명기능이 있는 의료용 차퍼(chopper)’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처음엔 ‘기술창업’이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던 그가 본격 창업에 나선 건 본인이 개발한 기술이 백내장 수술의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와 안과의사들을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서다.  
 
남 교수는 “안과에서 다루는 우리의 눈은 동전만큼이나 작은 영역이다. 정교한 수작업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수술 방식으로는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수술 안정성도 높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조명을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내장 수술은 노화 등으로 인해 뿌옇게 변한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기존에는 현미경에 붙어있는 조명을 이용해 수술 중 강한 빛을 환자의 안구에 직접 비추는 방식으로 수술이 진행됐다. 하지만 빛이 환자의 각막에 반사되고, 안구 표면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어 한편으론 수술 방해요인이 돼 왔다.  
 
조명차퍼는 수정체 내부에 직접 조명을 삽입해 측면에서 조사하는 방법이다. 안구의 모양과 색 등을 더 깨끗하고 또렷하게 식별할 수 있다. 조명차퍼를 사용하면 의사의 시인성(視認性)이 향상되고, 수술 후 합병증이 줄어드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수입에 의존해왔던 안과 의료기기의 국산화를 일궈낸 것도 큰 성과다. 이 제품을 사용할 경우 후낭파열 같은 수술 합병증과 다른 부가재료  사용량이 줄어들어 연평균 240억원의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큐라이트의 제품은 국내외 의료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바이오아이코어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5월엔 법인을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해 제품 FDA인증 심사를 앞두고 있다. 또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아이코어사업, 중소벤처기업부 TIPS 등에도 선정돼 20억 넘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마지막으로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차퍼로 6000회 넘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힘이 난다”며 “주변에선 ‘사업에 성공하면 교수직을 그만둘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실무에서 뛰면서 새로운 연구를 지속하고, 후배 의사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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