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백꽃 PD "까불이 정체, 배우도 속였는데 시청자는 1회에…"

중앙일보 2019.11.28 21:16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케이블ㆍ종편 등에 밀려 맥을 못 추던 지상파 드라마에 재기의 불씨를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KBS]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케이블ㆍ종편 등에 밀려 맥을 못 추던 지상파 드라마에 재기의 불씨를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KBS]

 
 

지상파 드라마에 재기 불씨 살린 '동백꽃 필 무렵' 차영훈 PD

공감과 감동과 재미.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의 차영훈 PD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드라마의 본령’이다. 차 PD는 “드라마의 본령에 가까워질수록 더 좋은 드라마가 된다고 생각한다. 더 공감을 일으키고 더 감동을 주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을 때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모바일이건 어떤 매체로라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도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9월 17일 열린 ‘동백꽃’의 제작발표회 때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 무게는 사뭇 달랐다. ‘동백꽃’은 최고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조사 결과)를 기록하며 지난 21일 화려하게 종영했다. 위기의 지상파 드라마에 재기의 희망이 된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2005년 KBS에 입사한 차 PD에게 ‘동백꽃’은 두 번째로 메인 연출을 맡은 장편 드라마다. ‘동백꽃’의 임상춘 작가와는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2016)에서 호흡을 맞춰본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동백꽃’의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좋은 대본”을 꼽으며 “이런 대본을 만난 건 연출자에게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인생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을 다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 [사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 [사진 KBS]

 ‘동백꽃’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드라마가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기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쪽수’로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 배경인 옹산은 따뜻한 척하지만 배타적인 공동체이기도 했다. 그 배타성이 동백에게 질곡으로 다가왔다. 그런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걸 해결하는 힘도 우리 안에 있다. 우리가 성장하고 선의를 가지면서 우리 안에서 그걸 극복하는 힘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잘못도 내 안에 있지만 그걸 이겨낼 힘도 내 안에 있다는 것. 우리가 노력하고 나누고 공감하면 그 힘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연ㆍ단역까지 ‘연기 구멍’이 없었다. 캐스팅 원칙이 있었나.  
“이야기가 평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관성적인 캐스팅을 하면 너무 밋밋하게 보일지 모른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아보자고 했다.”
 
 최고의 신스틸러를 꼽아본다면.  
“모두가 신스틸러였지만, 한 명을 꼽는다면 김선영 배우다. 배우의 명성에 비해 작은 역할일 수 있었는데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을 갖고 참여해 존재감 있게 표현해줬다.”
 
 ‘동백꽃’은 멜로이자 휴먼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스릴러다. 서로 다른 장르를 한데 모아내기 위해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사실 우리 삶 자체가 복합장르 아닌가.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리는 밥을 먹고 사랑을 하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잠을 잔다. 그런데 많은 드라마가 사랑의 아픔 뒤엔 계속 사랑의 아픔을 그린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가지 않는다. 우리네 삶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장르를 모아내기 위한 주안점은 없었고, 조금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릴러적인 장면은 더 스릴러적으로, 코미디는 더 코미디처럼, 멜로는 더 멜로스럽게…. 그걸 어우러지게 하도록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신마다 결을 살리는 데 신경을 썼다.”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최고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21일 종영했다. [사진 KBS]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최고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21일 종영했다. [사진 KBS]

 주인공 공효진ㆍ강하늘, 아역 필구 역의 김강훈의 강점은 무엇인가.  
“‘압도적’이라고밖에 표현 못 한다. 공효진은 본능적인 천재다. 본인도 ‘내가 왜 이렇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될 것 같다’고 했는데, 해놓고 보면 ‘아, 이게 정말 맞았네’ 싶었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강하늘은 6개월 정도를 황용식으로 살았다. 저 친구가 황용식을 벗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역 필구는 ‘동백꽃’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이었다. 아이의 순수함과 남자다움, 배려와 눈물 등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데 강훈이는 그 배역을 압도적으로 소화했다. ‘아빠랑 헤어지고 만난 거잖아. 속상하겠다, 그치?’ 정도의 설명만 하면 바로 그 감정을 끌어내줬다. 유승호ㆍ여진구의 계보를 잇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연쇄살인범 이름을 ‘까불이’로 정한 이유가 있나. 누가 까불이인지에 대한 보안 문제도 신경 쓰였을 텐데.  
“말맛을 살리기 위한 장치 아니었을까. 동백이 까불이를 잡았을 때 ‘너 까불지 마라’ 하는 통쾌감이 준비돼있는 이름이었다. 보안 유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는데, 1회 흥식이가 배관작업을 하러 들어갈 때부터 ‘쟤가 까불이’라는 댓글이 붙어 깜짝 놀랐다. 배우들에게도 ‘까불이가 흥식인지 흥식아빠인지는 아직 안 정해졌다’고 속이는 노력까지 했다. 동백이 맥주잔으로 까불이를 잡는 장면은 흑막을 치고 촬영을 했고, 관광객 통제에만 12명이 동원됐다.”  
 
 임상춘 작가와 ‘동백꽃’은 어떻게 시작했나. 그리고 드라마 종영 이후 임 작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백희가 돌아왔다’ 를 함께 하며 개인적인 유대 관계가 생겨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동백꽃’이 시작됐다. 출발은 ‘편견에 갇힌 한 사람의 성장담’이었다. 임 작가와 드라마 론칭을 하며 ‘따뜻한 이야기 한번 해보자.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지고, 자고있는 아이들 얼굴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 해보자’고 했는데, 정말 그런 댓글들이 많아 큰 힘이 됐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 임 작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모두 눈물 둑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통화를 하면서 우는 경우가 많다. 1년 이상 ‘동백꽃 월드’에서 살다보니 떠나보내는 게 아쉽고 헛헛하기도 하다.”
 
 ‘동백꽃’ 마지막회에서 차 밑에 깔린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맨손으로 차를 들어올렸던 2015년 실제 사고 영상을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사자의 항의가 있었는데.  
“평범하고 소소한 영웅들의 선의가 모여 우리 사회의 기적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그 영상을 썼는데 사고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너무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고 접촉을 해 사과를 드렸다.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방송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