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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정시 갈등 속 교육부 ‘절충안’…수능·내신 중요해졌다

중앙일보 2019.11.28 18:2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4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4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뉴스1]

현재 중3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 선발 비중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논술 전형, 학생부 비교과 활동(동아리‧봉사‧독서‧수상실적)과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2002년 수시모집의 본격 도입 이후 매년 줄어들던 수능의 영향력이 20여년 만에 커지게 됐다.

 
교육부는 28일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논란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성 강화'를 지시한 지(9월 1일) 약 석 달만에 확정됐다. 지난해 8월 공론화 결과에 따라 정시 비중의 하한선을 30%로 높이기로 한 지 1년 만에 다시 내놓은 개편안이다.
 
개편의 핵심은 16개 대학을 지목해 2023 대입까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다. 교육부는 서울 소재 대학 중 학생부 종합전형(학종)과 논술의 대입 비중이 45% 이상인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교육부는 이 목표를 조기 달성하도록 권고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대학에 따라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에 도달할 수도 있다. 
수능위주전형 40% 확대시 모집 인원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능위주전형 40% 확대시 모집 인원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들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은 평균 29%다. 교육부 계획대로 정시 비중이 40%가 될 경우 정시 선발 인원은 총 5625명이 늘어난다. '정시 40%'를 따르지 않는 대학은 재정 지원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대학들도 결국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와 함께 교육부는 논술 전형, 어학 등 특기자 전형의 폐지를 유도한다. 대입을 수능 위주, 학생부 위주로 단순화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가 지목한 16개 대학의 논술 선발 비중은 10.6%에 달한다. 대다수 대학이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축소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중인 학종은 따로 비율을 제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폐지된다. 학생부에서 수상실적, 독서, 자율동아리, 개인 봉사 등은 현재 중3까지 문항을 축소하고 중2부터 아예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도 중2부터 사라진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사회통합전형'을 신설해 경제적 취약 계층, 한부모 자녀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 이상 의무 선발하고, 수도권 대학은 정원 10% 이상을 '지역 균형 선발'하도록 권고한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출신 고교를 알 수 없게 하는 '블라인드 평가'가 확대된다. 현재 면접 때만 고교 정보를 가렸으나 서류평가 등에서도 고교를 알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고려해 대학별로 학종의 평가 항목과 배점·기준을 공개하게 했다.
 

교육부의 절충안? 정시:학종:사회통합=4:4:2 

이같은 교육부의 안을 종합하면 향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의 대입은 정시(수능), 학종, 사회통합전형이 각각 40%, 40%, 20%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정시나 학종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절충'을 택했다는 뜻이다. 
 
앞서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논란을 계기로 정시 확대 요구가 커졌지만, 진보교육감과 전교조 등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수능 위주 입시가 공교육을 황폐화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첨예한 갈등에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내놓으면서도 '균형'을 강조했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이 100% 옳다고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중요한 것은 학종과 정시의 비율을 균형있게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방안을 규탄하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8/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방안을 규탄하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8/뉴스1

정시와 학종이 비슷한 비중이 되면 대입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과 함께 내신이 중요해진다. 비교과 활동 등 '스펙'의 대입 반영을 차단하면 학종에서도 내신의 역할이 커진다. 교육부가 확대하려는 사회통합전형도 내신 중심의 학생부 교과전형을 요구하고 있다. 수능, 학교 내신과 직결된 국·영·수 교과목 학습과 시험이 중요해진다.
 
정시 확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초등 4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쯤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이 '5년짜리 미봉책'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되기 때문에 이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수능이 필요하다. 논·서술 유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역대 대입의 수시·정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입의 수시·정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인데, 현행 수능이 유지되면 수능 과목 위주 교육이 계속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유 부총리는 “미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능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다만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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