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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세탁기' 만든 고졸 신화···LG 조성진 부회장 용퇴

중앙일보 2019.11.28 18:17

"글로벌 1등 회사의 의미는 소비자가 저 제품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드는 회사다."

(2013년 1월, 미 CES 기자간담회)   
 
조성진 부회장

조성진 부회장

 

고졸 기술자로 입사해 CEO까지 올라  

고졸 기술자로 LG에 입사해 세탁기에 대한 열정을 발판 삼아 최고 경영자(CEO)까지 오르며 '고졸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8일 물러났다. LG에 43년간 몸담으며 꿈꿨던 '글로벌 1등 가전'의 목표를 실현한 후의 용퇴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LG의 전신인 금성사에 세탁기 전기설계실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최고 인기 부서인 선풍기 사업부를 마다하고 세탁기 부서에 자원했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의 장인'으로 불린다. LG전자 세탁기 세계 1위 등극의 '1등 공신'이다. 입사 후 10년이 지나도록 세탁기 기술이 일본 의존을 못 벗어나자 90년대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1999년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방식이 아닌, 모터가 직접 세탁 통을 구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2005년엔 세계 최초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해 LG전자의 ‘트롬’ 브랜드를 세계시장에 알렸다.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세탁기가 해주는 '6 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엔 드럼 세탁기, 하단엔 미니워시를 합친 '트윈워시'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에 대한 모든 경험과 지식을 8년에 걸쳐 쏟아부어 통돌이 세탁기와 드럼 세탁기를 결합한 형태의 트윈워시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2층에 침대와 조리 기구까지 갖다놓고 집에 안 가고 밤샘 개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의류 관리기라는 새 장르를 만든 '스타일러'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적자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글로벌 1위   

 
조 부회장은 2016년 말 5년 만에 적자를 낸 LG전자의 CEO로 투입됐다. 당시 LG전자는 생활가전과 TV 등 주력 상품의 원가 상승과 판매 감소, G4와 G5 등 주력 스마트폰의 잇따른 실패로 적자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 부회장은 CEO에 오르자마자 대대적인 조직 쇄신과 사업 변화를 단행했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사업 전담조직을 CEO 직속으로 신설했고, 생활가전부터 스마트폰까지 같은 부품을 여러 제품에 동시에 탑재하는 방식을 확대해 생산원가를 절감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2017년 매출 61조3963억원, 영업이익 2조4685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은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최대치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61조3471억원, 영업이익 2조7033억원으로 2017년 실적을 넘어섰다. 
 
가전과 TV에서 '초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워 성과를 낸 것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사업의 적자를 상쇄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활 가전의 호조를 바탕으로 TV 매출도 늘면서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가전회사 중 매출 1위로 등극했다.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LG전자의 신임 CEO로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LG전자의 신임 CEO로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 LG전자]

 

후임 CEO 추천하고 용퇴  

조 부회장은 최근엔 로봇과 자율주행 관련 신사업을 챙겨왔다. 그는 지난해 말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 태스크’를 신설했다. 조 부회장은 스스로 성공의 비결을 '열정'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스스로 용퇴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LG전자 사령탑으로 권봉석 신임 대표를 추천했다"고 전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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