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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아직 오염 심해…올림픽 대표 일본 말 믿지 말라"

중앙일보 2019.11.28 18:15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오염은 도쿄 북쪽까지 퍼져 있다. [자료 러프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오염은 도쿄 북쪽까지 퍼져 있다. [자료 러프 교수]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용감해져야 한다.”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 세미나
틸만 호주 멜버른대 교수 주제 발표
후쿠시마 주민도 방사능 피해 소개

 
“일본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방사능 정보를 믿지 말라. 아직도 엄청난 오염이 남아있고, 태풍‧비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오염이 번질 위험이 너무 크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 세미나에서 호주 멜버른대학교 틸만 러프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에 ‘후쿠시마는 관리 되고 있다’, ‘도쿄에는 해가 없다’고 했는데, 이 발언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러프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 보면, 제염작업은 방사능 노출을 거의 줄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 방지 국제의사회(IPPNW)'의 공동대표이자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 폐지 공동행동(ICAN)'의 창립자다.

 

"올림픽 국가대표들, 일본 정보 믿지 말라"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2021년까지도 후쿠시마는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심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발표하는 러프 틸만 교수. 김정연 기자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2021년까지도 후쿠시마는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심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발표하는 러프 틸만 교수. 김정연 기자

러프 교수는 “현재 오염은 후쿠시마를 넘어서서 후쿠시마 서쪽과 남서쪽, 도쿄 북쪽까지 높게 치솟았다”며 도쿄도 안전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2011년 3월 14일 밤, 어마어마한 양의 제논(Xe, 기체화된 방사능의 원인물질) 가스를 포함한 방사능 구름이 도쿄 위로 몰려왔는데, 비가 왔다면 2000만 명이 고농도 방사능에 노출될 뻔했다”며 “도쿄가 재난도시가 되지 않은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설명했다.

 
러프 교수는 일본 정부의 방사능 정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50㎞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에 대해 1년 동안 방사능 노출을 분석했더니, 평생 노출 추정량이 100 밀리시버트(mSv, 방사능 측정단위) 까지 나왔다”며 “제염된 지역에 있던 사람이 더 높은 농도를 보이기도 해서, 제염작업의 효과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은 '후쿠시마'를 지우려는 정치적 액션"

[자료 틸만 교수]

[자료 틸만 교수]

그는 “일본 정부의 공식 방사능 측정 장소는, 깨끗하게 치운 땅 위에서 측정해 실제보다 훨씬 적게 나온다”며 “일본 공식 측정치로 0.251 mSv를 나타내는 곳에서 우리가 가져간 측정기로 쟀더니 0.425 mSv까지도 나왔다”고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도쿄올림픽 앞두고 내년 3월 26일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하는 성화 봉송은 후쿠시마 현의 거의 모든 지역을 경유한다.
후쿠시마 시에는 야구 경기가 펼쳐질 아즈마 구장이 있고, 축구경기장도 후쿠시마에 가까운 도쿄 북부에 위치해있다.
 
러프 교수는 “오염수가 모여있는 ‘고농도 오염지역’인 이타테 마을에는 선수촌이 마련되고 있다“며 "'재난은 끝났고, 후쿠시마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정치적 액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수들 가족들도 주의해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AP=연합뉴스]

그는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한들, 올림픽 기간 중에 혹 방사능이 퍼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이 적절할까?”라며, “선수들 뿐만 아니라 선수 가족들, 특히 임산부나 아이가 있는 가족들도 이 문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는 정상’이라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일본이 올림픽을 이용하는 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독일에서 일고 있다”며 “모든 나라의 올림픽 국가대표선수들은 가능한 모든 위험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일본의 데이터를 믿지 말고 따로 전문가를 접촉해서 알아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딸은 코피 쏟고, 아버지는 심근경색 반복" 후쿠시마 주민 증언

"후쿠시마 시 현지 방사능 농도 최고치가 사고 전의 600배였다"고 발언하는 가토 린씨. 김정연 기자

"후쿠시마 시 현지 방사능 농도 최고치가 사고 전의 600배였다"고 발언하는 가토 린씨. 김정연 기자

이날 세미나에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북서쪽으로 60㎞정도 떨어진 후쿠시마 시에 살던 가토 린씨가 참석해 후쿠시마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대피 대상을 50㎞ 떨어진 지역까지로 정했지만, 사고 직후부터 복통 없이 설사만 계속 나오고, 아이들이 방사능에 더 취약하다고 해서 딸과 함께 300㎞ 이상 떨어진 오사카 구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가토 씨는 “설사는 이주한 후 바로 멈췄지만 이후엔 푸른 멍이 계속 생겼고, 그해 겨울엔 앞니가 흔들리고 어금니가 빠졌다”며 “딸은 멈추지 않고 코피를 한참 쏟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이주한 다른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도, 정부도 안전하다고 하는데 왜 피난을 가느냐’고 이주를 반대하던 가토 씨의 아버지는 후쿠시마에 남았다.
가토 씨는 "원래 건강 체질이었던 아버지는 2015년 이후 반복적으로 심근경색을 일으키다가, 지난 2월 돌아가셨다"며 “왜 우리는 아버지와 동생을 남기고, 먼 곳으로 피난해야만 했나"며 울먹였다.
심근경색은 방사능 노출 뒤 암과 유전질환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병이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후쿠시마에 8년만에 갔더니, 우리 집 앞에 제염토 포대자루가 산처럼 쌓여있더라"며 "후쿠시마 전역의 공간선량(공간 중 방사선의 양)은 대체적으로 내려갔지만, 후쿠시마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우리 집이 더 방사능 농도가 높은 ‘레드 존(Red Zone)'"이라며 아직도 남은 위험을 강조했다.
 
현재 일본 내 30개 단체, 1만 2500명 넘는 사람이 후쿠시마 원전을 대상으로 소송 중이다.
가토 씨는 "그 중 일부 사건은 최근 ‘2012년 1월 이후 피난을 계속하는 상당성을 인정해 손해 발생을 인정하는 것은 피난 지시 구역의 주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나아가 일본 국토에 대한 나쁜 평가가 되기 때문에 용인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며 "정부는 사죄는 커녕 적절한 배상도, 지원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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