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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중심에 선 盧-文 정부의 민정수석실…왜?

중앙일보 2019.11.28 17:19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각종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최근 논란의 당사자들이 그곳 출신이다. 피의자 신분이자 부인은 구속 상태인,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만이 아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일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비리의혹 첩보보고서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당시엔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야당 측은 청와대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를 경찰 측에 보내고 수사 동향을 10여 차례 보고받은 것을 두고 “정치 사찰”이라고 보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또 인기 연예인의 마약 범죄와 연결된 ‘버닝썬 사건’ 당시 대가를 받고 수사정보를 흘려준 의혹을 받는윤규근 총경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조국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췄다.
27일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친문 그룹의 핵심인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및 이호철 민정1비서관과 인연을 쌓았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근무 시절 각종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았지만 얼마 후 감찰이 중단되고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으로 영전을 거듭해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현장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치권에선 현 민정수석실이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배경으로 일반론과 특수론을 든다.
 
일반론
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의 업무 특성이다. 사정이나 정보, 여론, 민심 모두 내밀하면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정수석실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신변부터 주요 사업 동향까지 많은 정보를 손안에 쥐고 있기 때문에 공직기강의 검(劒)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거대 부패집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경우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는 5개월간 외부인을 만나는 걸 피하려고 거의 매일 청와대 구내식당만 이용했다”고 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던 한 전직 공무원도 “청와대에 일단 다녀오면 유력 권력자들과 통하는 사이가 되다 보니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져 조직 내에서 힘이 생긴다”며 “전화 몇 통이면 경찰 수사는 물론 정부 부처 정책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검은 유혹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17년 12월 구속된 지 1년여 만에 석방됐다. 우 전 수석이 1월 3일 0시를 넘겨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승용차에 타고 있다. 변선구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17년 12월 구속된 지 1년여 만에 석방됐다. 우 전 수석이 1월 3일 0시를 넘겨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승용차에 타고 있다. 변선구 기자

실제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시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는 유재수 전 부시장도 재정경제부에 복귀한 뒤 정책이 가로막힐 때마다 여권 고위층에 전화해 통과시켜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정권의 2인자’ ‘정권 실세’라는 말이 나왔다.
 
특수론
조 전 장관은 전통적인 민정수석 상(像)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거 민정수석실에 있던 한 인사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신경 쓰고 판단하는 자리인데 조 전 장관은 스타일리스트다. 빈 곳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0월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규근 총경이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한 조원진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0월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규근 총경이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한 조원진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친노·친문이란 동일한 성격의 집단으로 구성됐다. ‘우리 식구’ 개념이 강한 구조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정수석실의 특성상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경향은 있지만 지금 청와대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만 또 쓰는 분위기가 유독 강하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백 전 비서관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그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사한 업무로 돌아갔다. 재선 의원인데도 그랬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사람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서로에 관대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파트를 폐지하고 검찰과 거리를 둔 선의가 결과적으론 국정 운영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검찰 정보가 일종의 탐침 역할을 했는데 그게 사라져 ‘이상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라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노무현·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라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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