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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1050t으로 학생 건강, 농심(農心)까지 잡은 이 사업

중앙일보 2019.11.28 14:38
27일 세종시에 위치한 G초등학교. 1~3학년의 정규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2시, 초등돌봄 교실(맞벌이 가정·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방과 후에도 돌봄 전담사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 학생들에게 투명한 플라스틱 컵이 하나씩 주어졌다. ‘하루 한 컵 과일’이라고 쓰인 작은 용기 속에는 대추토마토·사과 등 조각 과일이 가득하다.
 
해당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최지현(38·여) 씨는 “지난해부터 ‘초등돌봄 과일 간식 지원사업’으로 아이들에게 제철 과일이 간식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일찍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들일 수 있어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벌이를 하면서 과일을 못 챙겨줄 때도 있는데 학교에서 먹고 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아이들과 돌봄 교사가 과일 간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충북 영동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아이들과 돌봄 교사가 과일 간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초등돌봄 과일 간식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소비자의 국산 과일에 대한 선호도와 섭취율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기존 간식으로 제공되던 빵·핫도그 등이 고품질 과일로 바뀌며 학생들의 식습관과 비만율이 개선되는 등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과일을 공급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과일 수요가 확대해 수익이 개선되는 등 사업에 대한 농심(農心)도 긍정적이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정부 혁신 차원에서 전국 5296개 학교, 24만여명의 학생에게 주 1회 이상 신선·고품질 과일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됐다. 연간 30회에 걸쳐 총 1050t의 ‘컵 과일’이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최종순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아동·청소년 비만율 증가로 비만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이 2006년 4조8000억원에서 2016년 1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며 “아이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과일 간식 지원확대 관련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일 간식 지원확대 관련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해당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국산 과일 섭취 빈도는 사업 시행 전보다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과일 선호도는 5.8% 높아졌다. 정부가 지정한 농산물 우수관리(GAP) 인증 과일 등 고급 제품만 제공하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9월부터는 자연상태에서 6~12개월 만에 자연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PLA)’로 과일 용기도 교체해 환경부담도 줄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려대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학부모의 91.9%가 ‘향후 해당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생의 90.2%는 ‘과일 간식이 지속해서 공급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과일 간식 지원사업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갈수록 위축하는 국산 과일 소비에 대한 대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산 6대 과일(사과·배·감·귤·포도·복숭아)의 1인당 소비량은 1995년 46.4㎏에서 2015년 43.7㎏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40.6㎏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지난달 25일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더는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농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농업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해당 사업의 단계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연 72억원의 국비를 과일 간식 지원사업에 투입했지만, 국회 주도로 관련 예산을 내년 243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까지 포함해 총 81만명으로 수혜 범위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국내산 과일 소비촉진과 어린이들의 식습관 개선·건강 증진 등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급식 대상을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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