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시파·학종파에 다 욕먹었다, 조국발 '정시 40% 개편안'

중앙일보 2019.11.28 14:19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뉴스1]

현재 중3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의 상위권 대학 16곳의 정시 비율이 40%로 확대된다. 중2(2024 대입)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자율동아리·봉사활동·수상경력·독서활동 등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원자가 제출하던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교육부 28일 정시 확대, 학생부 개선안 공개
정시파 "학종 선발 여전히 많아. 공정성 어려워"
학종파 "다양한 학생 활동 위축, 교실 붕괴 우려"

28일 교육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자 정시 확대, 학종 유지를 주장해온 양측 모두 "매우 미흡하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정시파 "정시 확대 미미, 학종은 여전"

수능 위주 전형의 확대를 주장해온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입 공정성 확보의 핵심은 학종의 폐지 내지는 축소인데, 정부안엔 논술과 특기자 전형을 폐지한다는 내용만 부각됐을 뿐 학종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학종 개선안이 미흡하다고도 비판했다. 학종이 불공정 논란에 휘말린 근본 원인은 '교사의 주관적 평가·기록'과 '대학 입사관의 깜깜이 선발'에 있는데 비교과 활동(동아리·봉사·독서·수상경력)의 대입 미반영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어 "근본 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비교과 활동만을 배제하면서 공정성을 높였다고 주장하는 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정시 비중을 "현재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종 선발 비중 평균이 44%인데 정시를 고작 40%로 늘리면 여전히 학종으로 선발 인원이 많다"며 "교육부안은 진보교육감이나 일부 교원단체와 타협한 꼼수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 공정한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전국 모든 대학에 정시를 8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시 확대를 서울 상위권 16개 대학으로 제한한 것은 정부가 진정성이 없다는 방증"이라면서 "정부는 오락가락 행보를 멈추고 불공정한 대입제도에 분노한 국민의 뜻의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회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시확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회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시확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종파 "입시 위해 교육 훼손…교실 붕괴 우려"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정부가 입시의 객관성, 변별력에만 치중해 정작 교육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시 40% 확대'와 '학생부 비교과 항목의 배제'가 맞물려,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배제하고 교실 붕괴가 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전 소장은 "정부가 대입에서 배제한 동아리, 봉사, 독서는 교육과정 안에서 이뤄지는 중요 지표들"이라면서 "학생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학교가 책임 지도해야 할 항목인데, 교육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타당한 이유조차 제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시를 40%로 확대해놓고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대학별고사 폐지 방안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대로 간다면 수험생이 내신·수능·대학별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수능정시확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수능정시확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조국 자녀 비리는 외면, 학종 취지만 퇴색" 비판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수능을 논·서술형으로 바꾸겠다면서 논술전형을 없애고, 특기자전형은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내놓는 대신 폐지했다"면서 "교육부가 계속해서 지향점과 충돌하는 제도를 내놓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위원은 "여론에 떠밀려 철학이 없는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결국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공정성을 빌미로 정권 입맛에 따라 대입을 흔든 것으로,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과 도덕성 문제는 외면하고 대입 제도를 뒤바꿔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면서 "조국 사태를 빌미로 학생부 비교과활동을 폐지한 것은 학종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학생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