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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휴지도 식대에 포함…하노이엔 무료 서비스 없다

중앙일보 2019.11.28 13:00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7)

 
7시경 잠이 깨였다. 커튼이 내려져 있어 방이 컴컴하지만, 오토바이 다니는 소리가 들려 날이 밝은 것 같아 커튼을 살짝 들치고 밖을 보니 잔뜩 흐리다. 어제 저녁에 1시가 넘어 잠이 들어서 그런지 룸메이트 2명은 작은 소리로 코를 골며 곤히 자고 있다. 
 
베트남 도시의 좁고 높은 전형적인 주택 형태. [사진 조남대]

베트남 도시의 좁고 높은 전형적인 주택 형태. [사진 조남대]



호텔 안내에 수고비 요구

이번 주는 날씨가 계속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돼 있다. 오늘 하루 하노이 시내 관광을 하고 라오스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일행과 논의를 해 봐야겠다. 하노이 가게들은 조그마한 것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거의 없다. 물휴지도 그냥 주는 것처럼 식탁에 내놓고는 나중에 계산할 때 보면 식사 요금에 포함되어 있고, 길거리에서 안내하거나 조금 도와주고도 돈을 요구한다.
 
호안끼엠 호수 섬에 있는 옥산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

호안끼엠 호수 섬에 있는 옥산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

호안끼엠 호수와 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의 풍경.

호안끼엠 호수와 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의 풍경.

 
어제 저녁에도 숙소를 얻기 위해 호텔을 방문했는데, 자기 호텔은 룸이 없어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겠다며 근방의 호텔로 안내를 해준다. 안내를 해 준 호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다른 호텔로 또 안내를 해주려고 해서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더니만 안내해 준 수고비를 달란다. 부탁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안내해 놓고 수고비를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줄 수 없다고 하니 투덜거리며 가 버린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 풍경.

호안끼엠 호수 주변 풍경.

호안끼엠 호수 중앙에 있는 거북탑.

호안끼엠 호수 중앙에 있는 거북탑.

 
호안끼엠 호수 뒤편에 숙소를 잡은 우리 일행은 9시경 주변 식당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호수 주변으로 관광을 나섰다.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면 호수 가운데 옥산사당이 있다. 조그만 섬에 사당을 만들어 놓았다. 특별히 볼 것은 없지만 잔잔한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고즈넉하다. 저 멀리 호수 가운데 거북탑이 외롭게 우뚝 솟아있다. 수도 한가운데 이렇게 큰 호수가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쉬거나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벽면이 무너진 성 요셉 대성당

성 요셉 대성당이 가까이 있어 걸어서 찾아갔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시점이라 이제 막 트리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미사 시간이 아니라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며져 있다. 검게 그을리고 군데군데 무너진 벽면으로 보아 오래된 성당이라는 인상이 풍긴다. 수도 중심가에 위치한 대표적인 성당인데도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걸 보니 성당 재정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주변에는 카페나 각종 음식점과 잡화점들이 즐비하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인해 주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있는 성 요셉 대성당.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있는 성 요셉 대성당.

 
핸드폰 구글 지도를 켜고 근방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둘러보고 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 오페라하우스는 아름답고 고전적인 프랑스풍의 극장으로 하노이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모방하여 지었다고 한다. 외부에서 사진만 촬영하고 혁명박물관으로 갔다. 노란색으로 학교건물처럼 지어져 있다.
 
점심시간이라 내부를 관람할 수 없다고 해 입구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쉬다가 순희 씨의 제안으로 250년 이상의 고택이 있는‘두엉람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이 마을은 하노이 서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으로, 전통가옥들을 국가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가 돼, 제2의 호이안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혁명박물관 전경.

혁명박물관 전경.

'두엉람 마을'에 있는 250년 이상 된 고택.

'두엉람 마을'에 있는 250년 이상 된 고택.

 

어딜 가나 박항서 감독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여러 사람에게 두엉람 마을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봐도 모두 제각각이다. 잘 모를 뿐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알려 주는 사람도 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그런 모양이다. 여러 번 물어 겨우 시외버스 터미널 건너편 길거리에서 버스를 다고 30분 정도 가다가 버스를 갈아타고 30분 정도를 더 달려 마을 입구 도로변에서 내렸다.
 
과거 우리 버스에 차장이 있었듯이 돈을 받고 짐을 싣고 내려준다. 차장한테 부탁했더니만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두엉람 마을 입구에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 마을에 들어가니 일반 마을과 비슷하다.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오래된 집들이 즐비하다. 상가도 드문드문 보이고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택도 보인다. 고택들이 마을 곳곳에 있다. 사당처럼 생긴 고택도 보인다. 우리와 전혀 다른 형식으로 지은 집들인 데다 보수도 하지 않아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상당히 낯설어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과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일반 집과 고택이 섞여 있어 정돈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박항서를 외치면서 환호하며 반겨준다. 자랑스럽다.
 
어느 주택에 들어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오는데 2만 동을 달라고 한다. 우리돈 1000 원이다. 공공화장실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우리 풍습하고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골 인심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 곳까지 시골 버스를 갈아타며 힘들게 왔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나왔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건물인데다 특별히 관심을 가질만한 것도 없다. 
 
'두엉람 마을' 들어가는 입구.

'두엉람 마을' 들어가는 입구.

수상인형극 상영 모습.

수상인형극 상영 모습.

 
6시 20분 호안끼엠 호수 근방에서 수상인형극을 보기 위해 예약을 해 놓아 4시쯤 발길을 돌렸다. 시외버스를 타고 털털거리는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다. 포장된 도로지만 오래된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에다 끽끽 울려대는 경운기 소리를 들으며 계속 달렸다. 도로 주변 시골의 논이나 밭에는 겨울이라서 그런지 곡식이나 식물 없이 텅 비어있다. 그냥 잡초만 무성하다. 사파에서 남쪽인 하노이로 내려와서 그런지 기온이 훨씬 더 따뜻해진 것 같다. 17~23도 정도다. 아침에 내리던 비가 오후가 되니 그친다. 피곤한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잠을 잔다. 퇴근 시간이 되자 도로가 정체돼 예약한 수상인형극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든다.


학교 교사는 차비 공짜

돌아올 때도 버스를 2번 갈아타고 오는데 학생들 하교 시간과 퇴근 시간이 겹쳐 차량이 많이 밀린다. 차장은 사람이 한꺼번에 타는데도 버스 안을 돌아다니며 차비를 잘 받는다. 학생들은 학생증을 보여주니 차비를 받지 않는다. 어떤 아주머니도 신분증을 보여주니 차비를 받지 않아 그 아주머니에게 왜 차비를 받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교사라서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분은 영어 선생인데 일어도 할 줄 알아 양 팀장과 일어로 신나게 대화를 한다. 양 팀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일어를 독학한 후 학원에서 강의를 해 그 수입으로 지금의 부를 일구었다고 한다. 집념의 사나이며, 대단한 능력가다. 하노이 시내에 들어오자 정체가 너무 심해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늦지 않게 겨우 도착해 수상인형극 관람했다. 수상인형극은 물에서 인형을 움직여 연극을 하는 것이다. 입장권은 20만 동이다. 인형극은 과거에 베트남에 왔을 때 한번 본 기억이 난다. 특별히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호안끼엠 호수 야경.

호안끼엠 호수 야경.

 
수상인형극을 보고 식사를 한 후 호수 주변에 있는 야시장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도로를 따라 양쪽에 옷 등을 비롯해 각종 잡화를 팔고 있지만 관심을 가질만한 특산품은 없다. 호안끼엠 호수는 저녁이 되자 각종 조명으로 휘황찬란하다. 낮에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해 보니 배낭여행도 자신감이 생긴다. 어지간한 곳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변에 자주 물어봐야 한다. 번역 프로그램이나 서투른 영어라도 부딪혀보면 돌파구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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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대 조남대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필진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 해외여행을 여러 번 해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패키지여행을 다녀보면 빠듯한 일정으로 관광지를 옮겨 다니기에 바쁠 뿐,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자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내 마음대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나 혼자나 몇 명이 배낭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검색하는 것도 서툴고, 순발력도 떨어진 데다 용기나 자신감도 없다. 주변에서 하면 된다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남자 3명 여자 2명 등 5명이 의기투합하여 한 달 일정으로 동남아 4개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과연 할 수 있는지, 어떤 난관이 기다리는지 함께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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