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7)
7시경 잠이 깨였다. 커튼이 내려져 있어 방이 컴컴하지만, 오토바이 다니는 소리가 들려 날이 밝은 것 같아 커튼을 살짝 들치고 밖을 보니 잔뜩 흐리다. 어제 저녁에 1시가 넘어 잠이 들어서 그런지 룸메이트 2명은 작은 소리로 코를 골며 곤히 자고 있다.
![베트남 도시의 좁고 높은 전형적인 주택 형태. [사진 조남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8/7588a82d-51c0-4067-8710-ccaa8dd12007.jpg)
베트남 도시의 좁고 높은 전형적인 주택 형태. [사진 조남대]
호텔 안내에 수고비 요구

호안끼엠 호수 섬에 있는 옥산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

호안끼엠 호수와 사당으로 들어가는 다리의 풍경.
어제 저녁에도 숙소를 얻기 위해 호텔을 방문했는데, 자기 호텔은 룸이 없어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겠다며 근방의 호텔로 안내를 해준다. 안내를 해 준 호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다른 호텔로 또 안내를 해주려고 해서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더니만 안내해 준 수고비를 달란다. 부탁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안내해 놓고 수고비를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줄 수 없다고 하니 투덜거리며 가 버린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 풍경.

호안끼엠 호수 중앙에 있는 거북탑.
호안끼엠 호수 뒤편에 숙소를 잡은 우리 일행은 9시경 주변 식당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호수 주변으로 관광을 나섰다.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면 호수 가운데 옥산사당이 있다. 조그만 섬에 사당을 만들어 놓았다. 특별히 볼 것은 없지만 잔잔한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고즈넉하다. 저 멀리 호수 가운데 거북탑이 외롭게 우뚝 솟아있다. 수도 한가운데 이렇게 큰 호수가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쉬거나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벽면이 무너진 성 요셉 대성당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있는 성 요셉 대성당.
핸드폰 구글 지도를 켜고 근방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둘러보고 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 오페라하우스는 아름답고 고전적인 프랑스풍의 극장으로 하노이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모방하여 지었다고 한다. 외부에서 사진만 촬영하고 혁명박물관으로 갔다. 노란색으로 학교건물처럼 지어져 있다.
점심시간이라 내부를 관람할 수 없다고 해 입구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쉬다가 순희 씨의 제안으로 250년 이상의 고택이 있는‘두엉람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이 마을은 하노이 서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으로, 전통가옥들을 국가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가 돼, 제2의 호이안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혁명박물관 전경.

'두엉람 마을'에 있는 250년 이상 된 고택.
어딜 가나 박항서 감독
과거 우리 버스에 차장이 있었듯이 돈을 받고 짐을 싣고 내려준다. 차장한테 부탁했더니만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두엉람 마을 입구에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 마을에 들어가니 일반 마을과 비슷하다.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오래된 집들이 즐비하다. 상가도 드문드문 보이고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택도 보인다. 고택들이 마을 곳곳에 있다. 사당처럼 생긴 고택도 보인다. 우리와 전혀 다른 형식으로 지은 집들인 데다 보수도 하지 않아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상당히 낯설어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과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일반 집과 고택이 섞여 있어 정돈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박항서를 외치면서 환호하며 반겨준다. 자랑스럽다.
어느 주택에 들어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오는데 2만 동을 달라고 한다. 우리돈 1000 원이다. 공공화장실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우리 풍습하고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골 인심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 곳까지 시골 버스를 갈아타며 힘들게 왔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나왔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건물인데다 특별히 관심을 가질만한 것도 없다.

'두엉람 마을' 들어가는 입구.

수상인형극 상영 모습.
6시 20분 호안끼엠 호수 근방에서 수상인형극을 보기 위해 예약을 해 놓아 4시쯤 발길을 돌렸다. 시외버스를 타고 털털거리는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다. 포장된 도로지만 오래된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에다 끽끽 울려대는 경운기 소리를 들으며 계속 달렸다. 도로 주변 시골의 논이나 밭에는 겨울이라서 그런지 곡식이나 식물 없이 텅 비어있다. 그냥 잡초만 무성하다. 사파에서 남쪽인 하노이로 내려와서 그런지 기온이 훨씬 더 따뜻해진 것 같다. 17~23도 정도다. 아침에 내리던 비가 오후가 되니 그친다. 피곤한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잠을 잔다. 퇴근 시간이 되자 도로가 정체돼 예약한 수상인형극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든다.
학교 교사는 차비 공짜

호안끼엠 호수 야경.
수상인형극을 보고 식사를 한 후 호수 주변에 있는 야시장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도로를 따라 양쪽에 옷 등을 비롯해 각종 잡화를 팔고 있지만 관심을 가질만한 특산품은 없다. 호안끼엠 호수는 저녁이 되자 각종 조명으로 휘황찬란하다. 낮에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해 보니 배낭여행도 자신감이 생긴다. 어지간한 곳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변에 자주 물어봐야 한다. 번역 프로그램이나 서투른 영어라도 부딪혀보면 돌파구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