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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에···중국 "미국 음흉하고 악랄하다"

중앙일보 2019.11.28 12:4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홍콩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으나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UPI=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홍콩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으나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UPI=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이 28일 “미국의 음흉하고도 악랄한 마음 쓰임새가 드러났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던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미국 현지 시각) 지난 20일 미 의회를 통과한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 내달 2일까지 가부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닷새 정도 앞당겼다. 미 상·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은 법안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존경의 마음으로 홍콩인권법안 서명"
中 “악랄한 미국 마음 드러났다”고 강력 반발
주중 미 대사 초치 "더 큰 손해 피해야"
양국 무역 합의 영향 받을 수 있다는 경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그리고 홍콩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 법안에 서명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중국과 홍콩 대표가 서로의 차이를 우호적으로 해결해 장기적인 평화와 번영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문제는 그가 서명한 ‘홍콩인권법안’의 파괴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 법안은 홍콩에서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인권 범죄를 일으킨 중국 정부 관계자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 중국 고위층의 해외 자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중국으로선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미 국무부는 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율권”을 인정받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지에 대해 해마다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충분히 자율적인 상태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홍콩에 대해 중국과 분리되는 특별한 경제 지위를 부여한다. 현재 홍콩은 특수한 지위에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홍콩산 제품은 예외를 인정받아 추가 관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미국은 또 홍콩 경찰에 최루가스와 고무탄 같은 시위진압 용품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 홍콩ㆍ마카오판공실, 홍콩 연락판공실이 28일 미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인민일보 캡쳐]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 홍콩ㆍ마카오판공실, 홍콩 연락판공실이 28일 미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인민일보 캡쳐]

중국은 즉각 격렬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소식이 알려진 28일 오전 거친 표현의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서명을 세 개의 ‘엄중’ 단어를 써 비난하고 미국의 행동을 세 개의 ‘파괴’란 말로 질타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해 정식 법안으로 만든 건 홍콩 사무에 엄중하게 간여하고 중국 내정에 엄중하게 간섭하는 것이며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미친 듯이 때려 부수고 불태우며 무고한 시민을 살해해 법치를 유린하는 홍콩의 폭력범죄 분자 뒤에 서서 이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건 그 성질이 극도로 악질적인 것이고 또 그 마음 쓰임이 십분 음흉하고 악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이같이 하는 목적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고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의 위대한 실천을 파괴하는 것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는 역사적 진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해 "미국의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 쓰임새가 드러났다"며 격렬하게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외교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해 "미국의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 쓰임새가 드러났다"며 격렬하게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이에 따라 “미국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의 순수한 내정에 속하며 어떤 외국 정부나 세력도 이에 간여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정식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홍콩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은 미국의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과 패권의 본질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하며 중국 인민이 더욱 합심해 단결할 경우 미국의 이 같은 음모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향후 중국의 입장을 세 가지 ‘확고부동’ 표현을 써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외부 세력의 홍콩 사무 간여를 확고부동하게 반대하고 일국양제 관철 방침이 확고부동하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 발전을 지킬 결심이 확고부동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미국이 자기 고집만 피우지 않기를 충고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결연하게 반격에 나설 것으로 이로 인해 비롯되는 모든 후과(後果)는 반드시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은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 대사 초치해 "미국은 즉각 홍콩 사무에서 손 떼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 내정간섭을 중단해 중·미관계와 양국의 중요한 영역에서의 협력에 더 큰 손해가 생기는 걸 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홍콩인권법안' 서명이 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 홍콩 연락판공실(중련판)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5개월 간 지속된 시위대의 극단적 폭력 행위를 무시하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이중 잣대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세계 정의와 국제 규범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무원의 홍콩과 마카오 사무국 역시 "법안 전체가 미국의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 홍콩 혼란의 최대 배후가 바로 미국"이라고 직격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미 하원이 ‘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무려 7개 기관이 출동해 융단 폭격과 같은 비난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두 차례나 주중 미 대사관 책임자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미국 질타에 동참했다. 
 
이같은 중국의 예민한 반응은 미국이 홍콩 사무를 계기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국가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초기부터 거칠게 항의해 더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중국의 조급함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마무리로 향해 가던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과연 연내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콩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워싱턴=유상철·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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