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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죽이는데 복제견 ‘메이’는 실험했다고 범죄?…동물학대 기준 뭐기에

중앙일보 2019.11.28 09:19
지난 4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카라를 비롯한 동물권단체 주최로 진행된 '비윤리적 사역견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에서 비글 한마리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동물권단체들은 "비윤리적 복제관련 연구와 사업 원천 취소 하고 서울대 이병천 교수 즉시 파면하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 4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카라를 비롯한 동물권단체 주최로 진행된 '비윤리적 사역견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에서 비글 한마리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동물권단체들은 "비윤리적 복제관련 연구와 사업 원천 취소 하고 서울대 이병천 교수 즉시 파면하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흰 가운을 입은 연구자가 쥐 같은 작은 동물에게 주사기를 놓는다. 균이 들어있는 주사를 맞은 동물의 몸에 특이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연구자는 그렇지 않은 동물과 비교하며 시간마다 이를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주사를 맞은 동물이 죽기도 한다. ‘동물 실험’하면 흔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지난 26일 경찰은 이병천 서울대 교수가 복제 탐지견 ‘메이’에게 동물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학대하는 등 동물보호법을 어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이를 보고 “쥐 같은 동물은 실험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개에게 실험했다고‘학대’가 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쥐는 괜찮고 개는 문제?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우선 사용 대상 실험동물은 마우스(mouse), 랫트(rat), 햄스터(hamster), 저빌(gerbil), 기니피그(guinea pig), 토끼, 개, 돼지 또는 원숭이다. 쥐와 개 모두 우선 사용 대상 실험동물에 해당한다. 단순히 개를 실험에 이용했기 때문에 학대 혐의를 받은 건 아니라는 의미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이 교수의 동물 학대 논란은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지난 4월 사연을 청와대 국민 청원에 공개하며 시작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가 연구에 사용한 개가 ‘국가 사역 동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메이는 2013년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5년간 일했다. 지난해 3월 메이는 다른 검역 탐지견 페브, 천왕이와 함께 서울대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됐다. 
 
동물보호법 24조에서는 국가를 위하여 사역(使役)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에 대한 동물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실험할 때도 ‘법’ 지켜야

비글구조네트워크는메이가 영양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분도 지적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서울대에서 실험을 받다가 검역본부에 위탁되었던 2018년 말 메이의 상태가 “아사 직전으로 보일 만큼 비쩍 마른 상태였다”고 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역 탐지견 ‘메이’ 서울대 실험 전후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 앙상한 갈비뼈가 보인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연합뉴스]

검역 탐지견 ‘메이’ 서울대 실험 전후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 앙상한 갈비뼈가 보인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연합뉴스]

 
메이가 체세포와 정액을 채취당한 정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발견 당시 메이의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돌출된 모습이었다. 현행법상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도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다만, 질병의 치료 및 동물실험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채취가 가능한데 이때에는 실험동물의 고통이 수반되는 실험은 감각 능력이 낮은 동물을 사용하고 진통ㆍ진정ㆍ마취제의 사용 등 수의학적 방법에 따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서울대 “동물 학대 확인 못 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4월 이 교수의 연구팀이 실험을 위한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받아 조사한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이 교수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아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법의 어떤 부분을 어겼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대는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그가 맡은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를 정지시키지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후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수의대도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실험방법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로써 진실 여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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