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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피해자 눈물 닦을까…‘캄코시티’ 사태 주범 잡았다

중앙일보 2019.11.28 06:00
 
 2011년 영업정지 당시 부산저축은행 본점 점거중인 예금 피해자들. [중앙포토]

2011년 영업정지 당시 부산저축은행 본점 점거중인 예금 피해자들. [중앙포토]

 
여든을 앞둔 박모 할아버지는 경주의 한 공장에서 경비일을 한다. 공장 한 쪽에 마련된 좁디좁은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8년 전만 해도 그는 이런 노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30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월급과 퇴직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 말에 그는 가진 돈 2억6000만원을 모두 부산저축은행에 넣었다. 이자로 생활비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2011년 2월 날벼락 같은 일이 닥쳤다. 업계 1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가 가진 후순위채는 예금자보호 대상조차 아니었다. 서울까지 비바람을 맞으며 집회하러 가기를 여러 차례. 그는 “돈이 없으니 (집회를 가도) 방을 얻을 수 없어 길거리에서 잤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상했다.  
 
박씨 같은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6500억원 채권 회수가 걸려있는 ‘캄코시티’ 사업의 시행사 대표가 국내로 송환됐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전날 캄코시티 사업 시행사인 월드시티 대표 이모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의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은 캄보디아 정부와 공조를 통해 이씨를 설득해 26일 입국시켰다.  
 

캄코시티는 어떤 사업?

캄코시티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서쪽으로 3㎞가량 떨어진 신도시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와 ‘코리아’의 합성어로 캄보디아에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의미로 명명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별로 금융센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 프놈펜 시청, 대학, 레저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0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캄코시티가 분양에 실패하면서 개발이 중단되고 사업이 좌초했다.    

 
캄코시티 시행사인 월드시티는 부산저축은행(지분율 60%)과 대표 이씨(40%)가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부산저축은행이 2011년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까지 캄코시티 사업에 대출해준 돈은 2369억원에 달한다.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추진했던 '한국형 신도시'인 캄코시티의 조감도. [중앙포토]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추진했던 '한국형 신도시'인 캄코시티의 조감도. [중앙포토]

 
부산저축은행은 캄코시티를 비롯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부실로 2012년 8월 결국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말았다. 그동안의 이자까지 합치면 현재 예보가 받아야 할 대출 원리금은 6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예보가 캄코시티에 열 올리는 이유는 

부산저축은행 파산 뒤 부산저축은행이 보유했던 캄코시티 지분 60%는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예보는 대출채권과 함께 캄코시티 시행사의 경영권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캄코시티 일대 땅값이 뛰면서, 신도시 개발 사업이 정상화되기만 하면 상당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회수된 자금은 부산계열 저축은행 3만8000명 피해자의 피해보전에 쓸 예정이었다. 3만8000명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보유자들이다. 예보는 그동안 다른 채권을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수시로 배당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배당한 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30%가량이다.
  

월드시티의 적반하장, 5년의 법정 다툼

예보는 캄보디아 현지 사무소를 세우고 채권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월드시티는 채권회수에 협조하기는커녕 2014년 예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월드시티 대표 이 씨가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예보에 넘어간 월드시티 지분 60%를 돌려달라는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은 예상과 달리 예보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월드시티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막강한 로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캄코시티 관련 소송은 ‘1심-2심-1심-2심-3심-2심-3심-2심’을 오가며 5년에 걸쳐 총 8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캄보디아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해도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다.  
 

정부 간 협의로 해결 실마리

지난 7월 예보는 8번째 재판인 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위성백 예보 사장이 “캄코시티 채권 회수에 직을 걸겠다”며 캄보디아에서 열린 재판을 직접 챙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예보뿐 아니라 총리실, 금융위, 외교부, 검찰( 해외불법재산합동조사단)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이 꾸려졌다. 범정부 대표단은 지난 14~16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 측근인 캄보디아 개발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1998년 취임 이후 현재까지 장기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는 친한파로 알려져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열흘 전 정부 대표단이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마침내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사업대표자를 송환했다”며 “양국은 캄코시티 사태 해결을 위한 상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저축은행의 채권회수와 캄코시티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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