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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오징어가 실종됐다, 한마리에 8000원 된 '금징어'사연

중앙일보 2019.11.28 05:01
잡아올린 울릉도 오징어를 한 어민이 말리고 있다. [중앙포토]

잡아올린 울릉도 오징어를 한 어민이 말리고 있다. [중앙포토]

주민 1만여명이 사는 울릉도는 '오징어' 섬이다. 울릉도 어민 2000여명 가운데 오징어잡이나 오징어 가공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 90%를 차지한다. 어민들은 날씨가 좋으면, 거의 매일같이 170여척의 오징어잡이 배를 몰고 나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징어를 울릉도 일대 바다에서 잡아 올린다. 쫄깃쫄깃 '울릉도 오징어'라는 유명세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전년 성어기(9~11월) 대비 올 어획량 10% 수준으로 감소
온난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에 중국 어선 싹쓸이 겹쳐
울릉도에 오징어 위판 안열리는 날도
어민들 대책마련 절실, 어민수당 절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귀해졌다. '금(金)징어'라고 불리며 비싸졌다. 그러더니 최근엔 아예 "오징어 씨가 말랐다"는 한숨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진짜 말 그대로 '오징어' 섬 울릉도에 오징어 씨가 말랐을까. 
 

울릉도 오징어는 금(金)징어 

울릉도 오징어 위판장. [사진 울릉군]

울릉도 오징어 위판장. [사진 울릉군]

울릉도 저동항에는 오징어 위판장이 있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오징어를 꺼내놓고, 경매를 통해 위판가를 정하는 곳이다. 지난 22일 저동항 위판장의 울릉도산 최상급 오징어 1축(20마리) 거래가는 10만5000원. 이 상태로 최소한의 유통 마진이 더해져 육지로 나가면 도매가는 더 올라간다. 여기에 물류 등 유통 과정이 더 붙고, 가공을 새롭게 하면, 일반 소비자는 오징어 1마리에 족히 7000~8000원은 줘야 사 먹을 수 있다. 금징어가 등장하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슷한 크기와 품질의 저동항 위판장 상급 오징어 1축 거래가는 5만원 정도, 2017년엔 그 이하였다고 한다. 
 
울릉군 수산정책팀은 "오징어 어획량이 줄면서 올해 오징어 섬 울릉도에선 아예 위판 자체가 열리지 않을 때도 있다. 오징어 자체가 없으니, 그만큼 '금징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성어기보다 10% 수준으로 줄어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 [사진 울릉군]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 [사진 울릉군]

실제 울릉군이 올해 오징어 어획량을 조사한 결과, 오징어 성어기인 9월에서 11월(25일까지 집계) 사이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30t, 2억300만 원어치의 오징어를 잡았지만, 지난해엔 345t, 36억4500만 원어치를 건져 올렸다. 2017년 성어기엔 602t, 58억 원어치를 잡았다. 
 
연간 전체 어획량 감소도 심각하다. 올해 들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울릉도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는 494t, 25억5000만 원어치. 지난해(1월~12월)엔 750t, 74억1900만 원어치, 2017년엔 930t, 86억 원어치를 잡았다. 2015년까지만 해도 오징어 어획량은 한해 2000t대를 유지했었다. 
 

무차별 잡아올리는 중국어선들

울릉도 오징어잡이배. [사진 울릉군]

울릉도 오징어잡이배. [사진 울릉군]

이렇게 울릉도 오징어가 귀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국 어선의 무차별 남획과 지구 온난화 등 기상에 따른 자연적인 오징어 어획량 감소다. 이 중 북쪽 동해에서 오징어를 먼저 건져 올리는 중국 어선의 무차별 남획은 심각한 문제다. 
 
울릉군 측은 "안 그래도 자연적인 온난화 문제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는데, 중국어선의 무차별 남획까지 더 심해져 이젠 대책이 없을 정도다. 울릉군에서 해경 등을 통해 자체 조사를 해보니, 올해 북한 해역에 들어가 조업 중인 중국 어선 1882척 가운데 890척이 오징어잡이로 파악될 정도였다"고 답답해했다. 
 

'농민수당'처럼 '어민수당' 절실 

울릉도 오징어를 가공하는 어민들. [사진 울릉군]

울릉도 오징어를 가공하는 어민들. [사진 울릉군]

울릉도 어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육지 농민들이 받는 '농민수당'처럼, '어민수당' 신설이 이젠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강원도와 경남지역 어민과 '우리 바다 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를 구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심각성을 알리며,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는 중이다. 어민들은 필요하다면 정부기관을 찾아 집회 등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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