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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로에 집 준다…마피아보다 더 무서운 이탈리아 인구유출

중앙일보 2019.11.28 05:00
이탈리아 비보나 지역 전경 ['비보나 채널' 유튜브 캡쳐]

이탈리아 비보나 지역 전경 ['비보나 채널' 유튜브 캡쳐]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섬 중심부에서 65km 떨어진 작은 마을 비보나(Vivona). 
16세기 유럽 르네상스 시대 번성했던 이 마을은 중세 유럽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붉은 지붕의 벽돌집과 성당을 향해 난 작은 길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호수까지…. 그러나 속사정은 이런 낭만적 정취와는 거리가 멀다. 
 
비보나 지자체가 1유로에 내놓은 석축 집. [비보나 채널 유튜브 캡쳐]

비보나 지자체가 1유로에 내놓은 석축 집. [비보나 채널 유튜브 캡쳐]

CNN에 따르면, 비보나 지자체는 28일(현지시간) 마을의 빈집 12채를 각각1유로(1295원)에 내놓았다. 지자체는 외국인들의 주택 매입 제한을 없애고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세금 혜택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500유로(324만원)의 예치금을 내고 4년 안에 집을 보수하면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마을의 빈집을 계속 매입하기로 했다.
 
비보나 지자체가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유는 급속한 인구 감소 때문이다. 비보나의 현재 인구는 3800명으로 과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젊은 세대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빠져 나가면서다. 주인 잃은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은 점점 폐허처럼 변하고 있다. 노인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 CNN은 "비보나 지역 주택의 4분의 1이 빈집이 되면서 유령 마을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섬 비보나 지역. [구글 캡쳐]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섬 비보나 지역. [구글 캡쳐]

 비보나 지역 의원 안젤라 카니짜로는 "지난 40년 간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우리는 역사상 가장 웅장했던 르네상스 시대로 마을을 되돌리고 싶다. 당시 비보나는 카를로스 5세 황제가 축복한 공국이었다"고 말했다. 
 
1유로 주택은 비보나가 처음이 아니다. 시실리섬 무소멜리(Mussomeli)는 지난 40년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이 공동화되자 주택 100채를 1유로에 판매했다. 
 
몰리세(Molise)에선 집을 사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최대 2만7000달러(3172만원)를 무상 제공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위한 극약 처방인 셈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도 안돼 전세계에서 3만8000건의 신청자가 접수됐다고 자치단체 관계자는 밝혔다. 1900년대 초 마피아의 발원지였던  시실리섬이 이제 인구 유출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1유로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탈리아 지자체는 22곳에 이른다. ['1유로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1유로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탈리아 지자체는 22곳에 이른다. ['1유로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2016년 시작한 '1유로 주택 프로젝트'가 국내외로부터 호응을 얻자 현재 이탈리아 전역 22개 도시에서 수천 채의 집이 1유로에 팔리고 있다. 시작 당시 내걸었던 명분인 '중세식 주택의 보존'은 현재 인구 유출을 막고 도시 재생을 통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취지로 바뀌었다.  
 
이탈리아의 많은 지자체들이 프로젝트에 앞다퉈 동참하고 있다. 세금을 들여 젊은 층을 끌어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주택을 구입한 뒤 실제 거주하거나 출산할 경우 수천 유로의 지원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확대되고 있다. 시실리섬 삼부카(Sambuca)시의 주세페 카시오포 부시장은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와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기를 희망한다"며 "사람이 돌아와야 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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