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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넣어 600만원만 투자돼도 좋다" 7조 몰린 공모주 열풍

중앙일보 2019.11.28 05:00 경제 4면 지면보기
10~11월 공모주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0~11월 공모주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60대 주부 김영자(가명) 씨는 지난 26일 마감한 NH프라임리츠 공모주 청약에 증거금에 10억원을 넣었지만 손에 쥔 주식은 고작 1260주에 불과했다. 금액(공모가 5000원)으로 따지면 630만원 수준이다. 청약 경쟁률이 317.6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NH프라임리츠 투자에 몰린 돈만 7조7500억원
마땅한 투자처 없어 공모주 투자만 하는 경우도
시초가와 공모가 차액 노리는 당일 투자자 많아
올해 상장 업체 59개 중 26개는 현재 공모가 이하

 김 씨는 "가지고 있는 현금에 은행 마이너스 통장, 저축은행 단기 대출까지 긁어모아 투자했다"며 "경쟁이 치열해 배정받은 주식은 얼마 안 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돈을 굴릴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우량 공모주가 나오면 꼭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공모주로 쏠리고 있다. 공모주 청약은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직전 일반 투자자에게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정하는 것이다. NH프라임리츠 공모주를 받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잠시 예치한 증거금이 무려 7조7500억원에 달했다. 지난 10~11월 두 달간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만 봐도 공모주의 인기가 대단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300대 1을 넘어선 종목만 16개에 달한다. 우양, 티라유텍, 캐리소프트, 케이엔제이 등은 경쟁률이 1000대1이 넘었다. 증권사 계좌에 증거금을 1억원을 넣어도,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20만원(증거금률 50%)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공모주가 인기를 끌며 자금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것처럼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또 단기간 내에 공모가와 시초가의 차액을 벌 수 있다. 상장 당일 주식 시장 개장 전에 공모 청약을 놓친 투자자들은 매수 주문을, 청약을 받은 투자자는 매도 주문을 넣는데 이 과정에서 공모가 이상의 시초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59개 업체 중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를 넘어선 종목은 43개에 달했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최대 2배까지 오를 수 있다. 인기가 더 많다면 시초가에서 다시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의 상당수는 상장된 첫날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일부 고객들은 다른 건 안 하고 공모주에만 투자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량 공모주가 나올 때마다 투자해 연간 6~7% 수익을 올린다"며 "대출 금리도 낮아져 최근에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공모주가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올해 상장 업체 59개 중 26개는 상장 이후 26일 현재까지 공모가를 밑도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 SNK 등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공모주에 자금이 몰리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지고 있어서다. 부동산은 규제 강화로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고, 주식 시장도 박스권에 갇힌 게 벌써 10년이다. 2%에 못 미치는 예금 금리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최근 연이어 터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 사태 등은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이번 NH프라임리츠의 상장 업무를 맡고 있는 김중곤 NH투자증권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은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으니까 공모주에 돈이 몰리는데, 그중에서도 상장 이후 좋은 성과를 내는 리츠 공모주로 자금이 많이 몰렸다"며 "지금 리츠가 잘 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리츠 공모주가 공급될 텐데, 희소성이 떨어지면 지금의 열기는 식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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