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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복수 안 원해…아이들 명예 위해 진상규명을”

중앙일보 2019.11.28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 18일 찾은 경기도 안산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사무실 앞. 이병준 기자

지난 18일 찾은 경기도 안산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사무실 앞. 이병준 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복수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복수하려면 진즉에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 안에서 정당하게 이들이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 책임을 지게 해야죠. 그래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지 않겠어요?”

5년만의 검찰 수사, 세월호 가족들에게 묻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2학년 8반 준형군 아버지)는 "복수가 아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이날 장 위원장, 김광배 가족협의회 사무처장(2학년 5반 건우 아버지)과 함께 지난 5년간의 세월호 검찰 수사를 되짚어봤다.

 

"백서 쓰는 심정으로 수사"

지난 11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출범했다. 특수단장으로 임관혁(53·사법연수원26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임명되는 등 특수통 검사들이 특수단에 대거 동원됐다.  
"검찰총장 지시대로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임관혁 특수단장, 11일 특수단 출범식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특수단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수사를 요청한 ‘세월호 내 폐쇄회로(CC) TV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및 청해진 해운 불법 대출, 참사 당일 해경 헬기 구조 지연 의혹에 대해 먼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단은 지난 22일 해경청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과거 검찰 수사는…

세월호 참사 검찰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사 직후부터 검찰은 전국 각지에서 특별수사팀과 수사본부 등을 꾸려 ▲세월호 침몰 원인▲사고 후 구조 과정상의 문제점▲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일가 비리▲한국해운조합 해운비리 의혹 등을 수사했다. 2014년 10월 검찰은 이 결과 총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선원들과 현장에 출동한 해경 지휘책임자,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및 해운업체 주요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는 ‘선사 측의 무리한 과적과 고정되지 않은 화물로 인한 (배의) 복원성 악화’,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변침’이 꼽혔다.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뭐라 말하나

하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은 당시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못했다. 장 위원장은 “그 당시 (검찰 수사는) 해운비리 등에 집중됐고, 정작 구조 의무를 저버린 관료, 해경 수뇌부, 해수부, 국가안보실 등에 대해서는 수사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세월호가 인양된 상태가 아니라 침몰 원인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수사를 진행하고 재판까지 끝내버렸다. 세월호라는 직접 증거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 증언에만 의존했다. 현장 검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선 경정(김경일(57)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3년 (최종심 징역 선고를) 받았는데, 고위공직자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밑에 있는 실무 직원만 책임을 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세월호 선체 내부 모습. [뉴스1]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세월호 선체 내부 모습. [뉴스1]



‘윗선’ 수사는 어떻게 되어 왔나

‘윗선’ 수사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5년 1월,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지만 관련 기관의 협조 거부 등으로 2016년 9월 별다른 성과 없이 공식활동이 종료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 수사가 본격화된 건 정권이 바뀌고 난 뒤다. 지난해 2월 특조위 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이 구속됐다. 다음 달 검찰은 김기춘(80)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을 지난 6월과 8월 1심 재판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6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는 이병기 전 비서실장(왼쪽부터), 조윤선 전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안종범 전 경제주석.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는 이병기 전 비서실장(왼쪽부터), 조윤선 전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안종범 전 경제주석. [연합뉴스]

 
김 사무처장은 “실질적인 특조위 방해 세력들은 전부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았다. 실형이 선고된 사람이 없다”며 “(이 판결은) ‘너희가 한 짓은 맞지만, 사익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책임이 적다’는 논리였다. 이게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죗값이냐”며 분개했다.  
 

특수단 출범에 대한 가족 입장은

김 사무처장은 “(가족들이 검찰 수사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면 가족들의 수사 외압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가족들이 검찰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성역 없는 수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관혁 특수단장께도 어떤 수사 외압이 들어오더라도 굴복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임 단장님도 이 부분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를 약속해 주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장 위원장도 “우리에게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검찰 개혁의 첫발”이라며 “고소·고발 명단에도 전·현직 고위공직자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수사하면 검찰 개혁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수단이 검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수단이 정치적인 부담이나 외부 시선보다는 가족들과 국민의 시선을 보고 수사를 하면 좋겠다”며 “기관들이 수사를 받지 않으려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6년간 가족을 이끈 동력은

장 위원장은 “우리가 6년 가까이 이러니까 사람들이 우리가 복수심에 불타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며 “복수심이었으면 벌써 끝났다. 우리 아이들의 명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덧없이 갔지만 아이들 때문에 뭐라도 고쳐지고 안전한 나라가 됐다는 걸, 우리 가족이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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