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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의 하명수사와 개입 있었나

중앙일보 2019.11.28 00:28 종합 38면 지면보기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이뤄진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의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황 청장의 수사로 김 당시 시장은 결과적으로 낙선했고,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오래된 벗이자 변호사 출신인 송철호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당선됐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2년 총선 때 송 후보의 후원회장을 지냈었다. 이 때문에 황 청장이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키로 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대형 게이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권력 동원한 권력형 범죄 의혹
민주주의 질서 위해 진상 파헤쳐야

당장 야당은 “청와대가 직접 발주한 관권 부정선거였다”며 이 사건을 ‘친문 농단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격인 김기현 전 시장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황 청장은 물론 그 배후 세력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반면에 청와대는 “당시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적이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해 왔다”고 밝혔다. 황 청장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과 생산 경위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수사 대가로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말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말이 상반되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도 검찰이 떠안게 됐다. 울산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우선 울산 경찰이 김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게 된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선거 90일 전 “야당에 대한 편파적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사건을 만들어 나간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꽤 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해 3월 16일은 김기현 당시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경찰은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9개월 뒤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울산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자료를 받은 사실은 확인했다. 또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황 청장이 수사팀을 자신들의 측근 인사들로 교체하고 채근한 것도 밝혀냈다. 관권 선거 개입의 단초를 풀 핵심 인물인 조 전 법무부 장관으로 좁혀가고 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주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사를 확실하게 행사하고 표시하는 정치행위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는 선거 과정과 결과가 얼마나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에 있을 것이다. 청와대와 친정부 인사들은 이번에도 ‘검찰 개혁’을 빌미로 한 궤변으로 수사를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도 민주주의의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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