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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교통돋보기] 보행권 침해하는 소음 유발자들

중앙일보 2019.11.28 00:15 종합 37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한때 휴대용 소형음향기기의 대명사로 불렸던 일본 소니의 ‘워크맨(Walkman)’이 처음 등장한 건 1979년이다. 워크맨에 이어폰이나 헤드폰만 연결하면 걸으면서, 뛰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건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워크맨 이전에도 소형음향기기는 있었지만 주로 녹음용이어서 음악을 제대로 듣기엔 부적합했다. 워크맨은 산책, 등산, 낚시, 자전거 라이딩의 재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준 혁신적인 기기였던 셈이다.
 
현재 워크맨은 그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지만 아이팟,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갈수록 뛰어난 성능으로 웬만한 유명 음향기기 못지않은 음질을 선보이기도 한다. 최초의 교통수단이자 여전히 애용되는 보행의 좋은 동반자다.
 
그런데 요즘 이 동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적지 않다. 호젓한 자락길이나 둘레길을 걸을 때,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할 때면 갑자기 커다랗게 울리는 음악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확인해보면 상당수는 자전거에서 나는 소음이다. 자전거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착하고는 볼륨을 잔뜩 높이고 달린다. 그런 자전거가 지나갈 때면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처음에는 주로 트로트를 듣는 노인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젊은층도 꽤 많이 눈에 띈다. 남녀노소를 별로 가릴 게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볼륨을 키워놓고 다니는 사례도 꽤 된다. 여유롭던 산책길이 갑자기 짜증스럽게 변하기 일쑤다. 소음은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 요소 중 하나다. 생태계 파괴 같은 물질적 피해는 없지만 상당한 불쾌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을 이용해 스스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감각 공해’라고도 부른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층간소음 다툼도 이런 맥락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인 ‘보행권’의 전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다. 모두가 나만 편하자고 하면 보행권은 보장될 수 없다. 운전 못지않게 보행에도 기본이 필요한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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