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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값 폭등시킨 주택정책, 근본 틀 다시 짜라

중앙일보 2019.11.28 00:11 종합 37면 지면보기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헉!”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랍고 혼란스러운 대통령 말씀이 또 나왔다. 자동차·조선 산업이 회복된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고 훈수하더니,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 때는 “남북 간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문제
시장과 싸우는 정책은 성공 못해

이번엔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또 한 번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걱정한다. 경실련은 “역대 정부 중 단기간 내 최고로 집값을 올린 정부”라면서 “개탄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KB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전국 및 6대 광역시 주택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각각 0.3%와 0.5% 하락했다. 반면 2018년에 큰 폭으로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7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불길하게도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월별 상승률이 점점 높아진다. 평균적으로 가격이 안정돼 있다는 사실은 별 의미가 없다.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각개약진하는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그 외 지역이 둘 다 문제다.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여비 타당성 면제로 지방에 토목공사판이 벌어지고 수조 원의 토지 보상금 중 상당액이 서울로 유입될 것이다. 여기에는 다주택자 중과세 때문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선택이 작용한다.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정시 확대 등 교육정책 변화도 좋은 학군으로 몰려가도록 부추긴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을 억제해 소비자가 원하는 새 아파트의 공급을 줄이고 기존 고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게 한다. 여기에 실수요자 대출까지 억제하는 바람에 서울 강남은 진짜 현금 부자들만의 클럽이 되고 있다.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판박이인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러나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며 정책 실패를 자인했던 데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시장과 싸우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 전제는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이 서울 강남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그 여파가 전국으로 파급된다”는 맹신인 듯하다. 달리 강남 주택 편집증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2005년 이후의 지역 주택시장은 수급에 기반을 두고 제각기 움직인다. 2007년엔 강북이 올라도 강남은 잠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방이 급등했지만, 수도권은 하락세였다. 2015년 이후에는 서울이 상승세를 탔지만 지방은 침체하고 있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거기서 집 사려는 사람이 돈을 더 낼 뿐이다. 이 사람들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강남 주택은 오르든 말든 내버려 둬도 무방하다.
 
정부가 할 일은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저소득층이 저렴하게 주거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이 되는 사람은 자기 집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다. 자가를 소유한 중산층이 정치·사회적 안정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는 요지의 토지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는 인프라 구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외곽에 살더라도 중심지까지 30분이나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면 굳이 서울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집으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식의 도덕적 접근으로는 이런 실현 가능한 대안조차 결코 채택할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주택정책의 틀을 근본부터 새로 짜야 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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