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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법무장관은 부재중

중앙일보 2019.11.28 00:09 종합 36면 지면보기
이가영 사회1팀장

이가영 사회1팀장

지난달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법무부 장관 사임 사태를 겪었다. 한국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일본의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은 그달의 마지막 날 옷을 벗었다. 같은 달 그만둔 건 마찬가지지만 그 과정이나 이후의 상황은 양국이 딴판이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정치인 아내의 선거운동 보수 지급과 관련한 의혹이 보도되자 곧 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나도 아내도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도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임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한 뒤 대국민 사과를 했고, 곧 신임 법무상을 임명했다.
 
가족에 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진 와중에 취임한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만은 완수하겠다며 동분서주했지만 35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짧은 재임 기간 내내 뉴스의 중심이던 그는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과천을 떠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지만 신임 법무장관 후보자는 지명되지 않았다.
 
노트북을 열며 11/28

노트북을 열며 11/28

법무부는 검찰, 인권보호, 교정, 보호관찰, 소년보호, 출입국관리 등의 책임을 맡는다. 요즘 같아선 법무부 업무가 온통 검찰 개혁뿐인 듯 비치지만 실제론 우리 생활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관장한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법무부를 “질서유지부”라고 정의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부임했지만 막상 가보니 다른 업무도 많았다고 했다. 오히려 사회 전반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크다는 게 강 전 장관의 분석이다.
 
이런 법무장관 자리가 45일째 공석이다. 조 전 장관의 재임보다 열흘이나 긴 부재다. 몇몇 정치인을 중심으로 돌던 신임 장관 하마평은 쑥 들어갔고, 고질병인 ‘청문회 포비아’가 또 등장했다. 청문회 공세가 두려워 아무도 장관을 맡지 않으려 한다는 거다. 여권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혹여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난타당하는 일은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정치적 고려가 장관 부재를 연장시킨다.
 
장관 대행 체제 때문에 당장 법무부에 큰 공백이 생기진 않을 거다. 그러나 장관이 책임지고 부처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분명한 비정상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조차 않는 정치는 비겁하다. 청문회가 무서워서, 총선에 최대한 영향을 덜 주기 위해 법무장관 자리를 수십여일 비우는 건 무책임하다. 검찰 출신은 절대 안 된다는 원칙도 접어야 한다. 사람만 적합하다면 그 출신이 무엇이든 정성스레 찾아 맡기는 게 책임지는 정치다.
 
이가영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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