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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 첩보에 “김기현 수사 부진” 경찰 질책

중앙일보 2019.11.28 00:05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첩보를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낙선)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던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첩보가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0월 경찰청에, 같은해 12월엔 울산경찰청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7년 조국 수석실, 측근 비위 전달
황운하, 선거 앞두고 대대적 수사
김기현 낙선했지만 무혐의 처분
야당 “청와대 선거개입 정치공작”
청와대 “첩보 줬지만 질책 안했다”

경찰 “첩보에 수사팀 비판내용 있어”
검찰 측 “첩보 작성자 확인해봐야”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 생산
직제상 민정수석실이 하면 안 돼

검찰은 해당 첩보에 김 전 시장 주변 인사의 비리 의혹과 함께 익명의 제보자의 입을 빌려 “김 전 시장 관련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적 입장이 담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측근과 연루된 건설업자 A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검찰은 경찰 수사팀을 비판하는 문구가 청와대와 경찰이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드러내는 단서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전달하며 수사를 촉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26일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재배당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수사에 연루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직제상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 생산은 하지 못하게 돼 있어 민간인 사찰 논란의 여지도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울산경찰청장은 현재 민주당 후보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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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7일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 경찰을 질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김 전 시장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받은 첩보에 “청와대가 직접 경찰 수사팀을 질책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김 전 시장 수사팀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첩보 보고서엔 담겨 있지만 그 주장을 제기한 것은 청와대 측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진 않았다. 이런 청와대와 경찰의 해명에 검찰에선 “해당 첩보에 수사팀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경위와 해당 첩보의 작성자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경찰에 첩보를 전달한 뒤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수사팀이 교체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첩보는 경찰청을 거쳐 같은해 12월 29일 울산경찰청에 하달됐다.
 
검찰 올 3월 “경찰의 수사 가장한 정치행위” 황운하 비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7일 오후 대전경찰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하명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을 수사했다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7일 오후 대전경찰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하명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을 수사했다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황운하 청장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2018년 3월부터 김 전 시장 측근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울산시 국장이 직권을 남용해 건설현장 레미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30만원대의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였다.
 
검찰은 황 청장이 청와대의 질책성 첩보를 받은 뒤 수사팀을 경찰대 출신 수사관으로 교체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하지만 황 청장은 중앙일보에 “수사팀 교체는 전임 수사팀 관계자가 허위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 첩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황 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첩보는 경찰청에서 전달받았을 뿐 청와대에서 생산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필요한 수사였기 때문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압수수색은 지방선거 전 언론에 공표되며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나섰던 김 전 시장에겐 큰 악재가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변호사였다.  경찰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11일 김 전 시장을 제외한 비서실장과 울산시 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울산시장에는 송 변호사가 여섯 번의 총선 낙선과 두 번의 지방선거 낙선 끝에 당선됐다. 하지만 울산지검이 올해 3월 울산경찰청의 수사를 받았던 김 전 시장의 측근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 “경찰이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한 수사”라며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당시 울산지검 관계자들은 “경찰이 수사를 가장한 정치행위를 했다”며 황 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시장과 자유한국당에선 무혐의 처분이 나온 뒤 황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황 청장 수사를 개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실이 연루된 만큼 검찰이 황운하를 거쳐 조 전 장관을 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운하와 27일 구속영장심사를 받은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을 통해 조국 민정수석실의 권력형 비리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청장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 검찰 수사가 개시돼 황 청장의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게 됐다. 황 청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을 경우 사표 수리가 될 수 없다. 황 청장은 결백함을 주장하며 “검찰이 이번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27일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경찰에 넘긴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과 관련해 일제히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가 친정권 인사는 봐주고 야당은 권한 밖 불법수사까지 하명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권은 더는 정의와 공정은 물론 공수처 설치 같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소리를 할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결국 무혐의로 종결된 이 수사는 청와대가 정치경찰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인·김은빈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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