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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혼인 기간 5년, 62세 수령…분할연금 4중 콘크리트벽에 중년 이혼 여성 눈물

중앙일보 2019.11.28 00:04 종합 18면 지면보기
대법원이 26일 56세 여성의 공무원연금 분할 신청을 기각했다. 전 남편(전직 공무원)과 이혼하면서 연금을 나누기로 합의했지만 이 여성의 나이가 연금수령 개시연령(60세)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수급 연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56세 여성 분할 불가 판결
나이, 연금개시 등 4가지 충족해야
남편 먼저 숨지면 빈손 연금 추락
“가입 이력 즉시 분할로 개편해야”

공무원연금·사학연금에는 2015년 연금개혁 때 분할연금을 도입했고 이듬해 시행했다. 국민연금은 20년 넘었다. 셋 다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연금 수급권자 A의 연금을 배우자 B가 나눈다고 가정하자. ①이혼 ②혼인기간 5년 이상 ③A의 연금 수령 시작 ④B의 연령 60세(국민연금은 62세) 도달을 말한다. 네 가지 요건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분할 불가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④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분할연금은 여성을 위한 제도다. 국민연금 분할연금 수령자의 경우 88%, 공무원연금은 95%가 여성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이혼 가구의 월 소득은 218만원이다. 부부 가구의 46%다. 자산은 33%에 불과하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가 22%(부부 가구 7.2%)에 달한다. 연금 분할은 중년·노년 여성 빈곤 방지에 매우 절실한 장치다. 그런데 콘크리트 장벽에 꽉 막혔다. 국민연금공단·공무원연금공단의 도움을 받아 문답으로 정리한다.
 
국민연금 분할연금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 분할연금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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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연금을 당겨 받을 수 없나.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62세, 공무원·사학연금은 60세(2021년까지)에 연금이 개시된다. 생계가 어려우면 1~5년 당겨 받을 수 있다. 조기연금이다. 대신 최대 30% 깎인다. 분할연금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만약 이게 있다면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24% 깎인 분할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남편 58세, 아내는 62세라면.
"아내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했지만 그래도 못 받는다. ③요건이 맞지 않아서다. 전 남편이 62세 될 때까지 4년 기다려야 한다.”
 
전 남편이 숨지면.
"가장 황당한 상황이다. 나이가 안 돼 분할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 남편이 숨지면 분할연금이 사라진다. 이미 분할했다면 전 남편이 숨져도 문제없다. 아내가 재혼할 경우 분할연금을 갖고 간다.”
 
혼인기간이 4년이면.
"②번 요건 미충족으로 분할연금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이혼의 21.4%가 혼인지속 기간이 4년 이하이다. 이들은 분할연금 자격이 없다.”
 
대책이 없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분할연금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연금 수령개시 연령에 도달해서 나누지 않고, 이혼 즉시 나누는 방식이다. 연금을 나누는 게 아니라 가입 이력을 나눈다. 가령 결혼 후 연금가입기간이 18년이라면 이혼 즉시 9년씩 나눠 갖는다. 본인이 1년 더 불입해 10년을 채워서 62세에 연금을 받으면 된다.”
 
이력 분할은 선진국형 방식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여기에다 혼인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담은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분할연금 수령자는 7월 기준 3만1694명,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363명이다. 국민연금 분할연금 평균액은 약 20만원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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