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9세 모차르트가 쓴 교향곡 들어봤나요

중앙일보 2019.11.28 00:04 종합 27면 지면보기
다음 달부터 10회에 걸쳐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할 KCO 김민 음악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음 달부터 10회에 걸쳐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할 KCO 김민 음악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이올리니스트 김민(77)은 모차르트가 9세에 쓴 교향곡 악보를 요즘 들여다보고 있다. 교향곡 1번이고 모차르트 전체 작품 중 16번째 곡이다. 그는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할 때 활 쓰는 방법을 정하는 중이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김민 감독
1년간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연주

다음 달 28일 그가 음악 감독으로 있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이 곡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KCO는 1965년 서울바로크합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민간 연주단체로 김민 감독은 80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었다.
 
KCO는 1년동안 모차르트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모차르트의 곡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50여곡. 이 중 46곡을 추려 내년 12월까지 10번의 무대에서 4~5곡씩 모차르트 교향곡을 무대에 올린다. 함께 넣은 협주곡 10곡까지 하면 모차르트만 56곡이다.
 
거대한 프로젝트다. 모든 공연을 라이브로 녹음해 음반도 낸다. 김 감독은 “음반사 낙소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껏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녹음은 6번 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잉글리시 체임버,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등이다. 김 감독은 “아시아에서 최초고, 무모한 계획이 맞다. 하지만 안 하면 KCO가 문을 닫아도 좋을 정도로 어려운 시험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연주곡의 규모가 큰 것만이 도전은 아니다. 김 감독은 “모차르트는 연주자들이 웬만하면 피하는 곡이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밑천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모차르트 전곡 연주를 KCO의 ‘오디션’이라고 불렀다. “오케스트라마다 단원 실력 평가를 위해 오디션을 여는데, 이건 우리 실력을 점검하는 자체 시험이다.” 모든 연주에 악장으로 참여하는 김 감독은 이번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와의 연습량을 늘렸다고 했다.
 
모차르트가 9세부터 전 생애에 걸쳐 쓴 교향곡을 연구하면서 그는 작곡가의 생애에도 빠져들었다. “첫 교향곡부터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가 있다. 고향인 잘츠부르크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놀랍게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한국 청중 중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교향곡 전곡을 공연장에서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단체가 해석하는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천재의 신비한 세계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했다. 1970년대부터 해외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그조차 46곡 중 28곡을 처음 연주해본다.
 
KCO는 1965년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창단했다. 첼리스트 고(故) 전봉초 선생이 현악 전공 학생 16명을 모아 만들었다. 학생으로 참여했던 김 감독은 2년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1979년 귀국해 국립교향악단 악장을 하다 이듬해 악단을 인계받았다. 그는 유럽에서 본대로 후원제를 만들어 악단의 기반을 만들었다. 단원도 서울대 음대 재학생에서 프로 연주자들로 바꿨다.
 
이번 전곡 프로젝트의 지휘는 핀란드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랄프 고토니가 10회 모두 맡는다. 김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프로젝트라며 지휘자가 출연료도 자청해 반으로 줄였고, 다른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온다“고 했다. 심포니 사이에 같이 배치되는 협주곡들의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피아니스트 손정범이며 장소는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이다. 김 감독은 ”이번 연주로 평가를 받으면 KCO가 앞으로 50년 어떻게 가야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오케스트라로서 이만큼 버텨온 저력 또한 확인시키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