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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그 ‘강등 전도사’ 김보경, 국내선 우승 해결사

중앙일보 2019.11.28 00:04 경제 6면 지면보기
2005년을 끝으로 K리그 우승이 없는 울산. 김보경이 14년 만의 우승에 앞장선다. [사진 울산현대]

2005년을 끝으로 K리그 우승이 없는 울산. 김보경이 14년 만의 우승에 앞장선다. [사진 울산현대]

 
프로축구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30)은 축구계의 ‘김별명’으로 통한다. 별명이 많다. 박지성(38)이 직접 지어준 ‘박지성의 후계자’부터, ‘킴보’, ‘보질(김보경+외질)’, ‘보드리치(김보경+모드리치)’, ‘유재석(안경 벗은 외모가 닮아서)’, ‘축구 도사’, ‘울산의 절반’ 등이 있다. 소속팀이 몇 차례 2부 리그 강등을 당해 ‘강등 전도사’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얻었다. 24일 울산에서 만난 그는 가장 애착 가는 별명으로 ‘강등 전도사’를 꼽았다. 그는 “어릴 땐 ‘박지성의 후계자’라는 별명이 자랑스러웠는데 부담감이 컸다”며 “‘강등 전도사’가 좋은 뜻은 아니지만, 아픈 경험을 딛고 부쩍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종전 앞둔 프로축구 울산의 핵
다음 달 1일 포항전 비겨도 정상
시즌 13골·8도움, 국내 선수 1위
훈련법 등 알려주는 인기 유튜버

 
김보경은 “2016년 전북 현대에서 뛸 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억이 생생하다”며 “힘들 때마다 한 해 전 위건(잉글랜드)에서 2부 리그 강등을 경험하며 절치부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J리그(가시와 레이솔)에서 또 한 번 강등을 경험한 뒤 마음을 다잡은 게 올해 좋은 흐름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KBK 풋볼TV’. [사진 울산현대, 유튜브 KBK풋볼TV 캡처]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KBK 풋볼TV’. [사진 울산현대, 유튜브 KBK풋볼TV 캡처]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KBK 풋볼TV’. [사진 유튜브 KBK풋볼TV 캡처]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KBK 풋볼TV’. [사진 유튜브 KBK풋볼TV 캡처]

 
울산은 올 시즌 2005년 이후 14년 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고비였던 23일 전북 전을 1-1 무승부로 마쳐 8부 능선은 넘었다. 시즌 승점은 79점. 2위 전북과 3점 차다. 다음 달 1일 홈에서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리그 최종전에서 최소한 비겨도 우승한다. 울산이 우승할 경우 김보경의 최우수선수(MVP) 수상은 ‘떼놓은 당상’이다. 시즌 13골 8도움(21공격포인트)을 기록 중이다. 국내 선수 중 1위다. 그는 “시즌 내내 팀 전체가 합심해서 나를 배려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팀을 등에 업은 MVP 후보가 아니겠냐”며 “울산으로선 14년 만의 우승인데, 내 등 번호가 14번이다. 의미심장하지 않냐”며 웃었다.
 
겉으로 보기에 울산은 일사불란함과 거리가 멀다. 형들부터 ‘딴짓’을 한다. 김보경은 유튜브 채널 ‘KBK풋볼TV’를 운영 중이다. 박주호는 딸 나은, 아들 건후와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주장 이근호는 프로축구선수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오히려 경기와 성적에 매몰되지 않아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근호 형은 동료의 권익을 지키고, (박)주호 형은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든다. 나는 후배들에게 효과적인 운동 방법을 알려준다”며 “셋 다 자기 방식으로 축구에 기여한다. 경기에만 매달리던 예전과 달리, 폭넓게 보면서 더욱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의 절반 김보경

울산의 절반 김보경

 
‘유튜버’ 김보경은 ‘축구 선수의 교과서’로 인기몰이 중이다. 국가대표의 생활 방식과 운동 방법 등을 알려주는데 일반인뿐만 아니라 선수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구독자 3만4000명 중 상당수가 현역 선수들이다. 그는 “정확히 알려줘야 하므로 전문가 감수를 반드시 거친다”며 “현재는 고등학생 이상에게 도움이 되는 컨텐트 위주인데, 향후 유소년을 위한 정보도 담겠다. 궁극적으로 축구 관련 정보를 집대성하는 채널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K리그1 그룹A 순위표

K리그1 그룹A 순위표

 
‘KBK훈련법’의 수혜자 중 한 명이 팀 동료이자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이동경(22)이다. 김보경의 룸메이트인데, 훈련법을 열심히 따라 해 기량이 부쩍 늘었다. 김보경은 “나처럼 왼발잡이인 데다 포지션도 비슷하다”며 “함께 훈련하며 마음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덧 팀의 주축으로 훌쩍 성장했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동경이가 유럽 진출 의지가 강한데, 기회가 찾아오면 자신과 맞는 팀 고르는 요령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보경은 마지막 한 경기, 포항전만 응시하고 있다. 울산에 포항은 지독한 악연의 팀이다. 2013년 스플릿 라운드 최종전 홈 경기에서 후반 50분 실점,  0-1로 지면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당시 이긴 포항이 시즌 승점 74점으로 울산(73점)을 제치고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상황이 6년 전과 많이 닮았다. 상대 팀(포항)과 경기일(12월1일), 상황 조건(무승부 이상 우승)까지 비슷하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딱 한마디로 정리하겠다”며 “김보경이 있는 한, 포항이 울산 땅에서 웃고 돌아갈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단언했다.
 
울산=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김보경. [사진 울산 현대]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김보경. [사진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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