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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남3구역 ‘입찰 무효’ 철퇴…답 정해놓고 현장점검 했나

중앙일보 2019.11.28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정부는 강했다. 26일 서울시와 국토부에서 각각 열렸던 한남3재개발구역 합동점검 결과 브리핑 현장에서다.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을 현장점검한 것도, 그 결과 ‘입찰 무효’로 보고 시정조치를 내린 것도 사상 처음이다. 출사표를 던진 시공사들의 과열 경쟁이 이어졌기에 센 조치가 있을 거라는 것은 예견됐다. 하지만 “유례없을 정도로 강한 제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지목한 20여개 위법사항
점검반 내부서도 법리적용 이견
제재가 먹히려면 사유 명확해야

정부가 입찰 무효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입찰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이고, “입찰 무효를 할지는 조합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 쪽 입장은 더 단호하다.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으로 보고 조합도 수사 의뢰하겠다. 조합이 위법사항을 스스로 발견해서 무효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
 
즉 인허가 차원의 행정적 불이익이 아니라, 형사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보고 대처하겠다는 기조다. 한남3 조합은 27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28일로 예정된 시공 3사 합동 설명회는 연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 입찰 참여 3개 건설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한남3구역. [뉴스1]

국토부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 입찰 참여 3개 건설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한남3구역. [뉴스1]

쟁점은 정부가 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목한 20여 가지 사안이다. 국토부는 이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사 의뢰 상황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알려진 내용으로 이주비 무이자 지원, 단지 내 공유경제 이동수단 무상 제공, 김치냉장고·TV·세탁기·건조기 등 제공 등이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위법사항으로 꼽혔다.
 
국토부는 외부 법률자문을 충분히 거쳤다고 하지만 정부의 법 해석이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법령위반이라 해도 당장 선정절차의 중지를 명하고 선정 무효를 선언할 만큼 중대한 위반행위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점검반 내부에서도 법리 적용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교란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정부가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철퇴를 내리칠 경우 대상과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마구 때려선 안 된다. 강력한 제재의 근거가 된 법령 해석에 조합 내부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시작한 현장점검이었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 사이에 “건설사들이 대형로펌에 이미 사전 검토받은 내용인데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 결정사항이다” “애매한 법률적용으로 조합원 피눈물 나게 하는 깡패행정이다”는 식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강한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 시장은 지금 혼돈 그 자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다”고 말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아파트의 가격은 치솟고 있는 게 사실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제재하고 있는데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밀어붙였다. 후분양을 해서 HUG 규제를 피하는 단지를 잡겠다는 보복규제나 다름없다.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의 경우 전매제한이 10년으로 HUG 규제 단지(3년)의 3배가 넘는다.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걸까, 시장을 잡기 위해 징벌을 내리고 있는 걸까. 수요와 공급이 시장가격을 결정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조차 외면한 강한 정부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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