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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들의 한박자 앞선 경기 진단..."한은보다 빠르네"

중앙일보 2019.11.26 15:53
각 기관별 경기실사지수(BSI)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각 기관별 경기실사지수(BSI)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89→64→61→58'
 

BSI 지수 올 하반기 58로 사상 최악
내년 상반기 63으로 다소 반등 예상
수출, 내수 부진에 정부 정책 부작용

 기업을 감사(監査)하며 기업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회계사들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매긴 체감 경기 지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6일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경기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른 지수를 산출해 발표했다. 공인회계사 290여명(응답률 51%)에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를 어떻게 느끼느냐'고 질문해 긍정 답변과 부정 답변 비율을 지수로 산출한 것이다. 
 
 한국은행(월별)과 산업연구원(분기별)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공식 발표하는 경기실사지수(BSI)의 '공인회계사 버전'이다. BSI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 낮으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6월 첫 발표를 시작으로 반기마다 수치를 내놓은 것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그렇다면 회계사들이 보는 체감 경기는 얼마나 정확했을까. 우선 추세는 한은의 BSI와 비슷했다. 월별로 공개되는 한은 BSI를 반기 평균을 내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하반기(미발표된 11월·12월 제외)까지 78.7→73.8→72→71.8을 기록했다. 회계사 BSI와 마찬가지로 경기 하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선제적 예측은 이뤄졌을까. 지난해 하반기 회계사 BSI는 국내에서 산출되는 BSI 지표 중 유일하게 60대 지표인 64를 내놨다. 그리고 두 달 뒤 한은이 집계하는 BSI도 60대로 내려앉았다. 한은보다 두 달 앞서 경기 침체를 예상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표 발표가 반기 말 한 달 전에 발표돼 반기 전망치를 한은이나 산업연구원의 지표보다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상무급 회계사는 "정부는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고, 반대로 기업들은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과 산업 현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제 3자의 객관적 시각으로 본 회계사들의 경기 진단은 현장에서 강력한 보조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표를 만든 이유가 있을까. 이정헌 한국공인회계사회 기획조사본부장은 "공인회계사들이 가지고 있는 산업 전문가, 경제 실무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회계사 BSI 책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사 BSI 책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사들이 바라보는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은 5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경기가 악화했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꼽은 이유는 수출 부진(39%), 내수 부진(25%), 정부 정책(20%) 등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124), 조선(111), 전자(105) 업황은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건설(40), 철강(57), 자동차(65) 업종은 크게 부진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올 하반기가 경기의 바닥을 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내년 상반기 BSI 전망치는 올 하반기보다 다소 상승한 63으로 나타났다. 내년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34%), 보호 무역주의 추세 확대로 인한 세계교역 위축(23%),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정책(14%), 기업의 투자 심리 개선 여부(9%) 등이 거론됐다. 
 
 회계사회는 "대외 요인인 수출을 경기 전망 최우선 요인으로 꼽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미·중 무역 분쟁 타결 가능성, 한·일 외교 갈등 해결 불투명, 홍콩 정세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은 대외 여건의 영향력을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회계사 BSI는 표본이 290명으로 한은(2696개 법인기업), 산업연구원(1051개 업체)보다 크게 작은 만큼 보조 지표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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