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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액 체납자라도 심리 압박용 출국 금지는 위법”

중앙일보 2019.11.25 19:09
수원지방법원 청사. [수원지법=연합뉴스]

수원지방법원 청사. [수원지법=연합뉴스]

고액체납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출국 금지 조처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은 고액체납자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 금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94년 증여세 2억400만원가량을, 97년 양도소득세 270만원가량을 납부하지 않아 그에 대한 가산금을 포함해 총 3억6900여만원을 체납했다. 
법무부는 2015년 고액체납자 명단에 오른 A씨에 대해 국세청 요청에 따라 2016년 4월, 6개월 동안 출국 금지 처분을 내렸으며 이를 6개월마다 연장했다. 마지막 출국 금지 기간 연장 처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로 이뤄졌다. 

 

“기본권 보장, 과임금지 위배”

하지만 A씨 측은 “재산을 은닉한 바 없고 은닉할 재산도 없을 뿐 아니라 국외 재산이 발견되거나 국외 송금 사실이 없어 재산을 해외로 빼낼 우려가 없음에도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무부의 출국 금지 처분이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리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무부가 지난 4월 한 A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내린 행정1단독 김세윤 판사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 금지는 그 미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 도피시키는 방법 등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에 주된 목적이 있다”며 “조세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납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해외에 생활기반이나 자산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의 가족 중 해외로 이주하거나 유학 간 사람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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