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LF대책 날벼락 맞게 된 ‘신탁’ … "중수익 상품도 사라질라"

중앙일보 2019.11.25 18:36
[중앙포토]

[중앙포토]

 
원금 전액 손실까지 발생했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수습할 개선 방안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원금손실이 20% 이상인 신탁 상품까지 판매를 차단하려 나서고 있어서다. 
 
금융 전문가들은 “판매를 금지한 고난도 상품의 정의와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과도한 규제로 자칫 노후 준비에 유용한 중위험ㆍ중수익 상품까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과 시중은행 신탁 담당 임원,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DLF 사태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0일 은행 실무자가 공모 상품이 편입된 신탁은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건의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건 금융위와 은행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은행 측은 “사모를 제외한 공모 파생결합증권(ELS)을 편입한 신탁은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원금 손실률을 20% 이하로 낮춘 신탁은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난도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 신탁만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은행권 파생결합상품 잔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은행권 파생결합상품 잔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은행은 ELS를 편입한 특전금전신탁(ELT)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은행권의 ELT 판매 규모만 42조8000억원(잔액 기준, 파생결합증권(DLT)포함)에 이른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상품 구조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돈다. 
 
금융위 주장대로면 ELS를 편입한 ELT 역시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규제가 지나치면 소비자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을 투자할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전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4~5% 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S 같은 중위험ㆍ중수익형 상품이 유용하다”며 “더욱이 똑같은 구조의 상품인데 주가연계펀드(ELF)는 팔 수 있고 ELT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LT 판매가 제한되면 소비자는 운용사 보수 등 수수료를 더 내고 펀드(ELF)로 가입하거나 거래 창구를 증권사로 옮겨야 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난도 금융상품의 의미와 기준이 모호하다"며 "고난도 상품의 기준이 된 원금 손실률이 왜 20~30%로 삼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앞으로 단순히 이 기준에만 맞추다 보면 기존의 중위험·중수익 상품까지 사라질 수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적 규제가 재발 방지보다소비자의 선택의 기회를뺏는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