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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봉합 사흘만에 2차전···韓 "왜곡발표" 日 "사전조율"

중앙일보 2019.11.25 16:59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조건부 유예와 수출 관리 당국 간 대화 개시로 봉합되는 듯했던 한ㆍ일 간 갈등이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4일 브리핑을 자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적한 문제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본이 ▶22일 오후 6시에 동시 발표하기로 해놓고선 사전에 언론에 내용을 흘리고 공식 발표는 7~8분 늦게 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으로 협의가 시작됐다고 했으며 ▶3개 품목에 대해 개별심사를 통해 허가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 발표 형식·내용, 사전약속 위반 소지

정 실장은 이를 “왜곡 또는 부풀리기”라고 비판하며 “외교 경로를 통해서 강력히 항의했고, 일본 측은 부풀린 발표에 사과하고, 한ㆍ일 간 합의 내용은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 말대로 일본이 동시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맞다. 발표 내용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일본이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장급 대화를 통해 양국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하기로 하고 ▶(개별 허가 심사중인) 3개 품목에 대해 건전한 수출 실적의 측정 및 한국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재검토가 가능해진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두 가지 외에 WTO 제소 중단과 개별 심사 허가 방침 유지에 대해 양해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일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뺀채 발표

일본이 발표에 넣기로 한 요소들과 관련한 한국과의 사전 약속을 어긴 것은 사실이다. 일본 발표에는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표현도 빠졌다. 한국 정부는 이를 “화이트 리스트(안보우호국 조치)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대화한다는 방향성”(2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이라고 해석했는데 말이다. 일본의 저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22일 밤 늦게 주한 일본 대사관의 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그런데 청와대의 대응은 사실 확인을 넘어서서 더욱 공세적이었다. 정 실장은 일본 언론이 당국자를 인용해 ‘퍼펙트 게임’ 등으로 보도하는 데 대해 “견강부회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관계가 아니라 평가에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일본 역시 “문재인 정부의 판정승”이라는 정 실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보도만 보고 "아베 양심 있나" 이례적 비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공개 발언이 아닌 언론 보도에 따른 전언을 근거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상대국 지도자의 양심을 거론한 건 이례적이다. 외교적으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응이다.
한편 정 실장은 “일본에 ‘you try me’,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의 외교안보라인 책임자가 우호국에 공개적으로 할 성격의 발언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Do not try us(우리를 시험하려 들지 마라)”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데 대상은 북한이었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했다" "안했다" 본질 무관 진실게임

이러다 보니 본질과 상관없는 진실 게임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정 실장은 일본이 사과했다고 했는데, 요미우리 신문은 24일 밤 일본 외무성 고위 간부를 인용해 이를 부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22일 발표한 방침의 골자는 한국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본 측이 사과했다. 정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 반박했다. 이에 오전 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부로서 한국에 사죄(사과)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일본이 수출 규제 철회에 한 달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발끈 대응, 현안 해결에 도움 안돼" 

외교가에선 어렵게 관계 개선과 현안 해결의 기회를 마련해놓고도 양국 모두 여전히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여론을 고려해 상대방에게 발끈하는 식의 주고받기식 대응을 하는 것은 양국 간 현안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의 국내정치용 언론플레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고,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오히려 그쪽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 선에서 끊거나 무시하는 담담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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