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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 뉴스에서 사과하라" 독도 헬기 실종자 가족 울분

중앙일보 2019.11.25 13:20
지난 23일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이 경북 울릉군 독도 헬기장 앞 전망대에서 사고 해역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이 경북 울릉군 독도 헬기장 앞 전망대에서 사고 해역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추락한 헬기 관련 영상을 찍고도 곧바로 수색당국에 제공하지 않은 KBS에 “뉴스를 통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독도 헬기 추락사고 발생시
현장서 헬기 촬영한 KBS 직원 영상 숨겨
가족들 그간 “직원 만나고 싶다” 요구
KBS 측 “심리 상태 좋지 않다”며 불발

25일 오전 11시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KBS가 헬기 영상을 수색 당국과 실종자 가족에게 제공하지 않은 건에 대해 양승동 KBS 사장이 9시 뉴스에 직접 나와 대국민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 영상을 찍은 KBS 직원, 영상을 보도한 기자, KBS 양승동 사장 세 명이 함께 실종자 가족을 찾아 사과할 것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독도 해역에서 환자와 소방대원 등 7명을 실은 소방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KBS 직원 2명은 자사의 파노라마 카메라 장비 점검을 위해 독도에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A씨는 우연히 사고 헬기가 ▶독도 헬기장에 진입해 ▶착륙한 뒤 환자를 싣고 ▶이륙하는 세 가지 장면을 20초씩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사고 직후 독도 경비대 측에서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영상 제출을 요청했으나 A씨는 영상 3개 중 2개만 제출했다. 하지만 사고 3일 뒤인 지난 2일 KBS는 9시 뉴스에 3개 영상 모두를 합쳐 보도했다. 독도 경비대원이 이에 항의하면서 실종자 가족들도 상황을 알게 됐다. 
 
이날 사고 헬기 실종자 가족 대표로 나선 배모(31) 구조대원의 외삼촌(51)은 “KBS 측에 벌써 수십차례 3명이 함께 찾아와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영상을 촬영한 직원은 심리상태가 좋지 않다며 오지 않는다”며 “가족 입장에선 영상을 찍은 직원이 사고를 목격했는지도 궁금한데, KBS 측에선 사장만 오는 등 가족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어 국과수에서 KBS 직원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저만 가지고 있는 영상” KBS 직원 휴대전화에는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사과하려다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소방헬기 추락 당시 촬영된 동영상 원본 공개와 함께 동영상을 촬영한 엔지니어, 영상을 이용해 소방헬기 추락 기사를 보도한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함께 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사과하려다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소방헬기 추락 당시 촬영된 동영상 원본 공개와 함께 동영상을 촬영한 엔지니어, 영상을 이용해 소방헬기 추락 기사를 보도한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함께 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추가 영상이 있을 수 있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분석했다. 이날 가족들이 설명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황을 종합해보면 A씨가 지운 1개 영상은 헬기 이륙 영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는 KBS에 영상 3개 모두를 제공했다. 다른 직원 4명에게 영상을 전송하며 “환자 싣고 나가는. 이게 마지막 원본요”, “저만 가지고 있습니다” 등의 카톡도 여러 차례 보냈다. 배 구조대원 외삼촌은 “KBS가 영상을 수색 당국에 빨리 전해 수사에 도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9시 뉴스 방송때까지 기다렸다”며 “이건 KBS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남은 실종자 3명 어디 있나…날씨 탓 수색 어려워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24일째인 지난 23일 경북 울릉군 독도 사고해역에서 함정과 선박 등이 바다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24일째인 지난 23일 경북 울릉군 독도 사고해역에서 함정과 선박 등이 바다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헬기 추락사고 발생한 지 26일째지만 독도 해역에 내일 오전까지 풍랑경보가 내려지면서 수색 당국은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수색 당국은 대형함정 2척으로 해상 수색을 이어가는 동시에 항공기 6대를 대기시켜 기상여건을 고려해 항공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7명(소방대원 5명·환자 1명·보호자 1명)이 탑승한 소방 헬기가 독도 해역에 추락한 뒤 수색당국은 그동안 부기장 이모(39)씨, 구급대원 박모(29·여)씨, 정비사 서모(45)씨, 손가락 절단 환자 윤모(50)씨 등 4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기장 김모(46)씨, 구조대원 배씨, 보호자 박모(46)씨 등 3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실종자 가족 11명이 사고 장소인 독도를 찾았다. 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김 기장의 아내는 “여보 애들 왔어. 여보 어딨어. 우리 이제 어떡해. 여기를 왜 왔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 구조대원의 아내가 “나도 데려가지. 같이 가자. 살기가 싫다 나도”라고 흐느끼자 곁에 있던 배 대원 모친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심 100m 바닷속에 무인탐사기를 내려 실종자를 찾고 있는 광양함에 올라 수색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가족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달라” 부탁했고, 현장에서 가족들을 본 수색 대원들은 “꼭 찾겠다”고 답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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