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지휘관서 부통령 19일 만에 해임…왜?

중앙일보 2019.11.25 11:42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오른쪽)과 로브레도 부통령. [EPA=연합뉴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오른쪽)과 로브레도 부통령. [EPA=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과의 전쟁' 지휘관에서 해임했다. 임명 19일 만의 경질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24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회'(ICAD) 공동 위원장직에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ICAD는 마약사범 단속과 처벌, 마약 예방 캠페인, 재활 등 마약 관련 분야를 총괄하는 기구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로브레도 부통령은 최근 마약과의 전쟁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만 앗아갈 뿐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일방적으로 로브레도 부통령을 ICAD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통보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거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음날 임명을 수락했다.
 
이후 로브레도 부통령은 본격적으로 두테르테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유엔 마약 전문가나 주필리핀 미국 대사 등 마약 용의자를 재판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등에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한 이들과 접촉한 것이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발끈하며 "로브레도 부통령이 외부 세력에 민감한 안보 관련 정보를 무심코 흘릴 수도 있는 '덜렁이'"라며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파넬로 대변인도 "로브레도 부통령의 행위는 우리나라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ICAD 공동 위원장직을 두테르테 행정부가 수행한 방법을 공격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테르테 대통령은 "로브레도 부통령이 새로운 마약퇴치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19일 만에 그를 해임했다.
 
정치권에선 두테르테 대통령가 로브레도 부통령을 두려워하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는 만큼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야권인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행정부가 자기 덫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악화시키려는 목적으로 ICAD공동위원장 자리에 앉혔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로브레도 부통령이 예상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자 "무엇인가를 해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게 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임명 19일 만에 해임을 통보받은 로브레도 부통령도 25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