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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정도 위해 파업했나"···불씨 남은 철도파업 '산넘어 산'

중앙일보 2019.11.25 10:05
철도노조 파업이 닷새만에 끝나게 됐다. 열차 운영은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된다. [중앙포토]

철도노조 파업이 닷새만에 끝나게 됐다. 열차 운영은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된다. [중앙포토]

 지난 20일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이 닷새 만에 끝났다. 철도 노사는 밤샘 교섭을 거쳐 25일 새벽 잠정 타결안을 마련했다. 아직 타결안에 대한 조합원의 찬반 투표 절차가 남았지만, KTX와 일반철도, 광역철도의 운영은 조만간 정상화될 전망이다. 
 

[뉴스분석]
철도 노사, 밤샘 협상 끝 25일 타결
인력 충원 관련 노·사·정 대화키로

대화 꺼렸던 국토부, 협상안 수용
노조 내부선 "얻은 게 없다" 반발도

인력충원 3자 협상, 전망 불투명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25일 코레일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합의안은 크게 네 가지다. ▶임금 전년 대비 1.8% 인상 ▶4조 2교대 위한 인력충원은 철도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의 ▶KTX-SRT 통합 운영 노사 공동 건의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노사 공동 건의 등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파업 철회에 따라 복귀 직원 교육과 운행 일정 조정 등을 거쳐 이르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열차 운행이 정상화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힘을 모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철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도 “부족하지만 2019년 임금 및 현안과 관련해 노사 간 잠정 합의를 했다"며 "불가피한 5일간의 철도 파업이었지만 불편함을 참아 주시고, 또 철도 투쟁을 지지까지 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내년 시행 등을 요구하며 20일 파업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내년 시행 등을 요구하며 20일 파업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앞서 철도노조는 ▶임금 4% 인상 ▶4조 2교대 내년 시행과 인력 4600여명 충원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합의안과 철도노조의 요구안을 비교해 보면 사실상 노조가 이번 파업으로 얻어낸 건 별로 없다. 임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1.8%)을 넘지 못했고, 자회사 처우 개선이나 KTX-SRT 연내 통합도 철도 노사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노조 내부에서도 "겨우 이 정도를 위해서 파업을 벌인 거냐"는 반발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그동안 대화에 나서길 거부했던 국토부를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파업을 전후로 정부가 직접 대화에 나서라며 노·정 협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개별 공기업 문제에 정부가 일일이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며 "임금과 근무 체계 등의 사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노·사·정 협상이 들어가는 과정에는 국토부 측의 동의가 있었다고 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 국토부가 협상에 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은 조만간 근무체계와 인력충원을 놓고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철도노조로서는 파업으로 얻은 게 없다는 부담감 때문에라도 최대한의 인력충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4조 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철도 노사 간 이견이 적지 않다. [사진 철도노조]

4조 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철도 노사 간 이견이 적지 않다. [사진 철도노조]

 
 반면 정부는 코레일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경영부실을 초래할 대규모 인력 충원에는 난색이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앞서 "철도 노사가 합의안을 가져오면 그 근거와 향후 경영전망 등을 두루 살펴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로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일단 노사 협상은 잠정 타결했지만 4조 2교대의 내년 시행은 전임 오영식 사장이 철도 노조에 합의해 준 사항이라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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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합의안을 어느 정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칫 철도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염려해서인지 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협상 타결의 소감을 묻는 말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답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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