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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재보험 기준 평균임금 정할 때 근로기준법 우선 따라야"

중앙일보 2019.11.25 06:00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산재보험액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개인 소득자료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소득 추정 자료가 전혀 없더라도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특례규정에 따라 최대한 이를 산정하고, 이를 산재법상 특례임금과 비교해 더 높은 쪽으로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탄광에서 일하다 퇴직 이후 진폐증을 앓았거나 진폐증으로 사망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금을 받고 있던 근로자와 그 유족 A씨 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2015년 소송을 냈다. 공단이 산재보험금을 지급할 때 개인별 생활임금을 최대한 반영하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 아니라 ‘진폐증 진단일 당시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험액을 정하는 산재법상 특례임금을 적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의 소득을 추정이라도 할 수 있는 개인 소득자료가 전혀 없어서 산재법상 특례임금을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제도의 도입 취지를 다시 살폈다. 산재법상 각종 보험급여의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결정되는 평균임금을 뜻한다. 근로자의 생활을 충실하게 보장하고 통상의 생활임금을 최대한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만약 근로자가 진폐증 같은 직업병에 걸려 병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병 때문에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진단 당시 평균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고 산재법 특례규정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을 우선 적용하되, 이 임금이 산재법상 특례임금보다 낮은 경우에 한해 산재법상 특례임금을 적용하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평균임금 특례고시에는 근로자 임금총액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지방노동관서장이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근로자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있게 했다. ▶사업장 소재 지역의 임금 수준이나 물가 사정 ▶소득자별 근로소득원천징수부 및 각종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신고된 사항 ▶규모가 비슷한 동종·유사 사업장에 종사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한 사항 ▶근로자가 받은 금품에 대해 본인 또는 그 가족이 가진 기록 등 증빙서류 ▶노동부 장관이 발간하는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보고서 등 노동통계에 관한 사항 등이다. 반면 산재법상 특례임금은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를 참고하게 돼 있다.
 
1심 법원은 “근로자의 개인소득 추정자료가 없어도 근로기준법 특례고시에 따른 금액을 반영해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그 금액을 산재법상 특례임금과 비교해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득 추정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특례고시의 적용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고, 실제 근로자의 추정 임금 수준을 산재법 특례임금과 비교할 기회주차 주지 않아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원고들에 따라서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 산재법상 특례임금보다 낮아 평균임금을 정정할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공단이 이를 산정조차 하지 않으면 이 차이를 확인할 자료도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도 이를 옳다고 봤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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