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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획]도시공원 일몰제, 난개발 시한폭탄? …도심 공원 개발 곳곳서 갈등

중앙일보 2019.11.25 05:00

도심 공원 개발 놓고 광주시청-검찰 신경전 

지난 14일 광주시 행정부시장(사진 왼쪽)과 광주시 감사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 101호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광주시 행정부시장(사진 왼쪽)과 광주시 감사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 101호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청 안팎은 종일 뒤숭숭했다. 검찰이 6개월 남짓 진행된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수사와 관련해 광주시 고위 공무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다. 법원은 이날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지만, 개발 특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3일 전 광주시 환경생태국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도시공원 일몰제’에 해당하는 공원을 개발할 건설업체가 뒤바뀌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업무를 지시한 혐의로 행정부시장 등을 조사해왔다.
 

광주, 사업자 선정 놓고 부시장 등 줄줄이 수사
자체 감사 논란…노른자위 땅 사업자 변경
대구, 범어공원 난항…지주 95% 매입 반대
청주는 “공원 남겨달라”…주민 개발 반대

최근 광주시 안팎에선 “도시공원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민간공원 개발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도시공원 해제 시한이 내년 7월로 다가온 상태에서 공원을 개발할 사업자 선정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둘러싼 잡음·갈등은 광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장기간 공원 조성을 못 한 공원부지들을 내년 7월 공원 용도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땅 주인의 입장에선 오랫동안 공원으로 묶였던 부지가 해제됨에 따라 땅값 상승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도시공원 일몰제’가 적용되는 공원부지 일부에 아파트 등을 짓고 나머지는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기존 공원들을 제한 없이 해제할 때 생기는 난개발을 막을 순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곳은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17년 4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주최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촉구, 대선공약제안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2017년 4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주최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촉구, 대선공약제안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시, 검찰과 신경전?

이용섭 광주시장=“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도시공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들은 사업추진에 걱정이 많다는 보고도 받았다.”  
광주지검 고위 관계자=“납득하기 어렵다. 민간공원 내 사업 지연은 광주시와 사업자 간 절차가 늦어져서 빚어진 일이다. 검찰은 수사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12일 간부회의를 통해 공원 개발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토지 소유자들이 사업 중지를 요구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광주시청 안팎에선 “6개월이 넘는 수사로 인한 시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시청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광주시는 지난 4월부터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한 수사를 받아왔다. 광주경실련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불공정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해서다. 
 
검찰은 광주 10개 특례사업 대상 중 이른바 ‘노른자위’로 불리는 중앙공원(1·2지구)의 사업자인 우선협상대상자가 2곳 모두 바뀐 점에 주목해왔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자체감사를 통해 1지구 사업자를 광주도시공사에서 H사로 2지구 사업자를 금호산업㈜에서 H건설로 변경해 특혜 의혹을 샀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연합뉴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연합뉴스]

지주들, “땅값 더 쳐달라” 반발

도시공원 일몰제를 둘러싼 잡음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766곳, 363.3㎢ 면적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공원부지에서 풀린다. 공원 면적만 서울시의 절반, 여의도의 100배가 넘는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자칫 전국의 도심 속 공원들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시는 수성구 범어공원 개발을 놓고 지주들과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1단계 보상지역(6115㎡)의 지주 13명 중 8명이 시에서 공지한 매입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상 금액만 봤을 때 반대 지주들이 소유한 땅이 전체 보상액(64억 원)의 95%(61억 원)에 달한다.
 
지주들은 “개발 가능성이 높은 땅인 만큼 돈을 더 쳐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해당 부지가 수성구 내 공원인 데다 도로 접근성 등도 좋다는 점을 내세워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범어공원은 광주 중앙공원과 함께 도시공원부지 가운데서도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대구시는 범어공원 2단계 보상대상(3만2420㎡) 역시 같은 이유로 협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28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곳곳에 사유지 출입금지 안내문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시행을 앞두고 대구시와 범어공원 지주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28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곳곳에 사유지 출입금지 안내문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시행을 앞두고 대구시와 범어공원 지주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뉴스1]

고승덕 부부, 높은 시세차익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큰돈을 손에 쥐게 된 사례도 있다. 고승덕 변호사 부부는 일몰제 사업지 내 토지를 보유해 높은 시세차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마켓데이 유한회사는 지난 4월 경찰로부터 이촌파출소 건물을 매입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꿈나무소공원 부지에 이어 이촌파출소 건물까지 소유하게 된 것이다.
 
용산구는 앞서 지난 2월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해당 부지를 236억여 원에 매입키로 했다. 여기에 최근 갖게 된 파출소 건물까지 포함할 경우 토지보상비는 훨씬 높아진다. 마켓데이는 2007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약 42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몰제 대상 부지를 개발하지 말고 공원으로 남겨두기를 바라는 곳들도 있다.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7월 시민들이 “구룡공원을 지켜달라”며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청주시는 ‘도시공원위원회’ 회의를 막으려던 주민이 회의장 앞에 몰려들자 여성 공무원을 ‘인간방패’로 세워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결국 청주시는 지난 8월 꾸려진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의 숙의 결과를 토대로 일몰제 공원 33개(844만6000㎡)를 매입하기로 했다. 당초 청주시가 최초 보존을 제안한 25곳의 도시공원(353만㎡) 면적보다 2.4배 늘어난 규모다. 이들 공원 매입에는 약 442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공원 조성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도시공원 조성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원 매입비만 40조…해법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별로 진행 중인 공원부지 매입 작업도 ‘발등의 불’이다. 청주시처럼 일몰제 대상 공원을 매입해 존치하는 게 좋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최근 광역단체와 140개 시·군을 조사한 결과 자치단체는 내년 7월 해제되는 363㎢ 중 약 43.5%(158㎢)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자체 예산과 지방채 등 총 7조3000억원을 투입해 이 용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부지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여서 전국에 있는 공원 부지내 사유지를 모두 매입하려면 약 4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우리동네 도시공원 지키기' 대국민 온라인 서명캠페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도시공원 지키기'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우리동네 도시공원 지키기' 대국민 온라인 서명캠페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도시공원 지키기'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의 철저한 준비 없이는 자칫 도시공원 일몰제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난개발을 막겠다”며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도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몰제와 관련한 갈등 해법은
정부가 접점을 찾지 못한 도시공원에 대한 실효를 5년 정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 기간에 토지매입비를 실질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부지 매입비를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지자체별로 지방채를 발행해 보상비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13조원에 달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일몰제 관련 사업에 쓰도록 해야 한다.
 
광주·청주·대구=최경호·최종권·백경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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